본문 바로가기
사진 한 장 탐구생활

집에서 맛집 따라하기

by 웅탐 2022. 10. 24.
728x90

새로운 버릇

나는 맛집에 가면 언젠가부터 원가를 추리해보는 버릇이 생겼다.

최근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맛집에 메뉴판 역시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다.

재료비만 따지만 그리 비싼 메뉴도 아닌데 문제는 '맛'이다. 왜 집에서는 그 맛이 안 나는지

 

그래도 나는 맛집의 음식을 따라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이후 맛집의 메뉴들을 기억의 저편에서 더듬거리며 한 번씩 도전하고 있다. 초반에 몇 번의 실패를 거치다 보니 아이들은 생소한 음식이 차려지는 날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서 내 앞에는 항상 아내만 앉아 있다.

 

최근에 안주거리로 참치회를 집에서 먹어보자며 참다랑어를 통째로 사서 집에서 해체한 적이 있는데 어깨너머로 배운 초보 자의 회 뜨는 솜씨 하며 난장판이 된 싱크대를 보고 이게 무슨 자연재해냐며 불만 섞인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음식에 대한 평을 해줄 우리 집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요리할 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참다랑어-해체참다랑어-해체
▲ 집에서 참다랑어 해체하기

 

지난달 친한 후배와 함께 들렀던 아귀 요릿집. 그곳에 생전 처음 만나게 된 메뉴가 있었는데 그것은 '아귀수육'이었다. 나는 아귀찜을 좋아해서 아귀의 그 쫄깃한 식감을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수육도 두 말할 것 없이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아귀수육'이라니 메뉴판 글자만 보고 침이 고인건 처음이지 싶다. 맛 또한 잊을 수가 없다. 시원한 국물 하며 아귀의 식감은 최고였다. 단지 조금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그렇게 나의 도전이 다시 시작되었다.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 보면 아귀가 얼마나 저렴한지 알 수 있다. 생물을 바로 손질해서 파는 것도 있지만 급속 냉동 처리된 아귀도 신선하기 때문에 리뷰랑 평이 아주 좋았다. 손질 후 급속 냉동이 된 아귀 1kg은 택배비가 붙어도 1만 원이 안 되는 가격이었다. 집에서 육수만 잘 내면 완벽한 플랜이다.

 

아귀를 바로 주문했다. 그리고 2일이 지나 얼음과 함께 시선 하게 포장이 되어 집으로 도착했다. 저녁에 먹기로 하고 천천히 요리 준비를 했다. 요리법은 몰라도 된다.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전국에서 날아다닌다는 분들이 아주 상세하게 아귀수육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생기고 나는 이런 점이 참 좋은 것 같다. 처음 하는 것들에 대한 익숙함.

 

상냥한 말투의 중년 여성 유튜버를 따라서 열심히 따라 해 본다. 아귀를 깨끗하게 다시 한번 씻어주고 냄비에 따로 삶아주고 다시마를 넣어 육수도 만들고 육수를 베이스로 미나리와 콩나물도 넣고 시원한 국물까지 완성한 뒤 삶아 두었던 아귀를 올려주었다. 내 욕심에 육수 양이 많아 아귀수육이 아닌 아귀탕이 되었지만 괜찮았다.

 

아귀수육-아귀탕아귀수육-아귀탕
▲ 아귀탕이 되어버린 아귀수육 (맛집 따라하기)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된 작은 버릇이 내 삶에 또 다른 재미를 불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야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과 아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또 다른 시작에 두려움을 사라지게 해주는 것 같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백종원처럼 가족들을 위해 뚝딱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그때까지 고생은 하겠지만.

 

 

 

그리드형

'사진 한 장 탐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스타데이지 - 데이지 꽃  (0) 2022.09.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