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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나만의 지라시 베스트)

by 웅탐 202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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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시-정선희-문천식
▲ 지금은 라디오 시대 -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이 날의 기억은 벌써 3년 전 일이 되었다.

 

날씨가 더웠던 여름날. 하루 종일 습하고 더운 날씨에 지쳐서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날이었다. 누구나 이런 날이 있을 것이다.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사무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하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행해 조용히 얼굴을 돌린 채 조용히 멈춰있고 싶은 날.

 

하지만 신기하게도 꼭 이런 날 머피의 법칙처럼 업무가 밀려온다. 이날도 그 흉측한 법칙들은 나를 퇴근 전까지 가만히 두질 않았다. 갑작스러운 업무들이 생기면서 수시로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들이 생겼다.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주차장은 뜨거운 햇볕 때문에 지하에서 올라오는 괴물처럼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마음이 뾰족하게 변한 나는 입이 튀어나와 물건을 올려놓아도 떨어지지 않을 판이었다. 혼자서 투덜거리며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방금 삶은 계란처럼 뜨거워 보이는 차문을 열었다. 차 안에 한가득 정체되어 익을 만큼 익어버린 뜨거운 공기가 쌀 가마니가 터져 쌀이 흘러나오듯 내 얼굴을 행해 한가득 흘러나왔다.

 

이글거리는 자동차 시트를 보니 선뜻 앉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입으로 큰 숨을 내쉬어 불어 본다. 입을 이모티콘처럼 옆으로 일자를 만들어 눈을 질끈 감고 시트에 앉아 본다. 천연 '엉뜨' 기능은 시트의 온도를 최대치로 올려놓았다.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동차 시동을 걸어본다. 에어컨을 max로 켠 뒤 순간 기대와는 달리 뜨거운 바람이 날아와 나도 모르게 눈을 찡그렸다.

 

나빠질 때로 나빠진 기분에 눈은 반쯤 감겼고 이 일이 끝나고 퇴근을 하더라도 쉽사리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진 않았다. 한번 망가진 나의 기분은 집 나간 사춘기 아이처럼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심상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구겨진 얼굴로 운전을 하다 조금은 시원해진 차 안의 냉기에 화난 기분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그렇게 한숨을 돌린 후 라디오 전원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순간 스피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방송되고 있었다. DJ인 정선희와 문천식이 청취자들이 보내주는 재미있는 사연들을 대역을 통해 실감 있게 들려주는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라는 코너가 진행되고 있었고 더위에 지쳐 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이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점점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볼륨을 높이고 귀를 쫑긋 하는 나를 발견했다. 

 

이야기가 끝날때 나는 차에서 혼자서 오늘 있었던 모든 짜증과 미움과 화 그리고 더위를 잊고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순간 추운 겨울 여름을 그리며 적도의 나라를 동경하는 내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더운 여름 더운 바람과 햇빛이 당연한 일상인 것을 뭐가 그리 속이 베베꼬여 짜증을 냈는지. 재미있는 라디오 사연으로 풀려버릴 마음을 뭐 그리 어린아이 같던 씩씩거렸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 후로 나는 기분이 울적하거나 괜히 심심할 때 한 번이 그때 흘러나왔던 라디오 사연을 다시 듣기 해보곤 하다. 혼자만 알고 있으면 아쉬운 사연이라 여러 사람들과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곳에 링크를 걸어본다. 언제라도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화가 난다면 지라시 사연 중에 내가 뽑은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이 사연을 들어보길 바란다.  

 

블로그 글을 적으며 다시 한번 들어보았지만 언제 들어도 왜 이렇게 웃기는지 몰겠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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