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길거리에서 컵에 담긴 번데기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마 번데기의 톡 터지는 식감과 특유의 고소함 때문에 한 번쯤 맛본 적이 있을 겁니다. 번데기는 한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간식이었지만,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손절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렇다면 번데기의 비밀과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누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릴 적 학교에서 누에를 키우며 관찰 일지를 작성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에는 먹이를 먹고 부쩍부쩍 자라다가 매끈하고 부드러운 몸을 자랑합니다. 그러다가 누에는 실을 토해내어 고치를 만드는데, 이 고치는 매우 정교하고 새하얗습니다. 고치 속에서 번데기가 되며, 이 고치를 삶아 실로 뽑아낸 것이 바로 비단의 재료가 됩니다.
혹시 "누에나방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치를 사용하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에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면 실을 뽑아낼 때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단을 얻기 위해 고치를 삶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렇게 비단을 얻기 위해 누에를 사육하는 것을 '양잠'이라 하며, 양잠은 오래전 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누에는 지금은 자연환경에서 생존할 능력을 거의 잃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누에와 비단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누에를 키우는 것을 장려하였으며, 왕이 직접 농사를 짓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누에를 친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번데기를 식용으로 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박정희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1962년부터 15년 동안 잠업 증산 계획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양잠국으로 성장했습니다. 1970년대 전반기에는 실의 수출액이 총 수출액의 4%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번데기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 보니 번데기를 조리해 먹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식량난이 심각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번데기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번데기를 둘러싼 큰 사건도 있었습니다. 1978년 번데기를 먹은 어린이 37명이 중독 증세를 일으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번데기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번데기를 담았던 포대에 묻어 있던 맹독성 농약 때문에 발생한 농약 중독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유통 과정이 철저히 관리되었으며, 더 안전하게 식품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번데기 자체는 매우 위생적인 식재료입니다. 누에는 환경에 매우 민감한 생물로, 갓난아이를 다루듯 신경 써야 좋은 비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냄새에 아주 민감하여 생리 중인 여인은 누에들이 자라는 잠실에 출입을 금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누에의 똥마저 동의보감에 한방약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술로 담가 먹기도 했습니다. 일부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초록색의 민트검의 색깔을 낼 때에도 누에의 똥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신기하죠?^^
번데기는 이제 옛날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고소한 맛과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앞으로도 번데기의 다양한 활용 방법이 연구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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