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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처음부터 바다에 살았을까? (우영우 & 고래)

by 웅탐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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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종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아시죠?

오늘은 그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했던 세상에서 가장 큰 포유류라고 불리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근데 드라마에서 하필 우영우는 왜 고래를 좋아했고 또 많은 동물들 중에 고래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저도 사실 별다른 생각 없이 드라마를 모두 보았는데 얼마 전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채널을 통해서 최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 뜻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힘과 크기등으로 서열이 정해지는데 세력다툼이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다치게 되면 무리에서 다른 서열들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결국 도태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일들은 야생에서 당연시 여겨지는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래만큼은 무리 중에서 아프거나 부상을 당한 고래가 생기면 숨을 쉴 수 있도록 등으로 받쳐 호흡을 돕고 이동 시에도 항상 챙기며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영우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도울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뜻에서 선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고래-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고래들

세상에서 제일 큰 포유류 '고래'

고래 중 가장 큰 종인 대왕고래는 몸길이는 30미터 무게는 170톤 이상 나가는데 이는 코끼리, 매머드와는 비교할 바가 안되고 심지어 용광류보다 더 무겁죠. 그런데 지구의 시계를 약 5000만 년 전으로 되돌리면 바다에서는 더 이상 이 거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 어떤 고래도 바다에서는 만날 수 없죠. 그럼 그들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바로 해안가로 가야 합니다.

 

여기 최초의 고래라고 불리는 파키캐투스가 있습니다. 지금의 고래와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죠. 그런데 고생물학자들은 어떻게 작은 육상 포유류를 보고 고려의 조상임을 알 수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이들은 어쩌다 바다로 가게 됐을까요? 옛날 옛적 고래가 걸었던 시절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고래의 조상

과거 일부 과학자들은 바다에 사는 포유류들을 보면서 이들이 어쩌면 중생대 바다에 살았던 포유류의 후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생대 바다 지층에서는 바다 포유류의 화석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이 가설은 금세 묻히게 됩니다. 이후 1966년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리벤 베일러는 '고래가 포유류인 이상 조상은 육상동물일 수밖에 없다.'며 고래의 육상동물 기원서를 주장합니다.

 

많은 생물학자 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이것 역시 고래의 조상이라고 할 만한 명확한 화석들이 발견되지 않았던 탓에 고래 진화에 대한 연구들은 진척이 더딜 수밖에 없었죠. 그러던 1981년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필립 긴그리치 박사는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주변 산지에서 약 5000만 년 전에 살았던 육상 동물의 뼛조각들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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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케투스

그리고 뼈들을 유심히 관찰하던 긴그리치는 어떤 뼈 한 조각을 보고는 이 화석의 주인공이 고래의 조상임을 직검합니다. 그러고는 화석의 이름을 파키스탄의 고래라는 뜻으로 파키케투스라고 지었죠. 그렇다면 긴그리치는 어떤 뼈를 보고 파키케투스가 고래를 직감했던 걸까요? 그건 바로 일명 '고실뼈'라고 불리는 '귀뼈'였습니다.

 

귀뼈에는 오직 고래목에서만 발견되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볼록 튀어나온 '새뼈집'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을 포함한 다른 포유류들은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듣기 때문에 귀뼈 내부에는 공기를 받아들이기 위한 공간이 넓어야 하고 따라서 새뼈집의 두께는 매우 얇은 대신 내부 빈 공간은 넓습니다.

 

반면, 물속에 사는 고래 들은 공기의 진동이 아닌 물을 타고 퍼지는 소리를 뼈 자체의 진동으로 들어야 하죠. 그래서 진동을 전달해 주는 새뼈집이 매우 두껍고 치밀합니다. 파키케투스의 귀뼈는 이런 고래목 귀뼈의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고, 이에 긴그리치 박사는 파케케투스를 고래의 조상으로 분류하게 된 거죠.

 

이런 귀뼈를 가진 파게케토스는 아마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듣기보다는 땅에 턱을 댄 채 땅으로 전해져 오는 다른 동물의 발자국 진동을 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포유류들과 차별화된 이런 듣기 기능은 육지에서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았겠지만, 훗날 물속으로 진출한 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파키케투스
▲ 파키케투스 상상도

 

늑대만 한 크기와 네 개의 다리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파키케투스의 전신 골격은 발견되지 않았던 탓에 파키케투스의 실제 생김새를 비롯해 고래와의 근연 관계를 확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는데, 그러던 2001년 네이처에 파키케투스의 전신 골격 화석과 고래와의 근연도가 담긴 논문이 실립니다. 고생물학자 한스 테비슨 박사 논문을 통해 파키케투스는 늑대만 했고 네 개의 다리를 지녔으며 다리 끝엔 발굽도 있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후손인 고래 역시 개통학적으로 하마가 속한 우제목과 가장 가깝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또한 1990년대부터 이뤄지던 고래 DNA의 대한 분석 결과도 실제로 이들이 하마, 돼지, 사슴 같은 발굽 포유류와 가장 밀접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면서 고래의 진화에 대한 연구는 급물살에 타게 됩니다. 특히 걷는 고래라는 뜻을 지닌 암불로케투스의 발견은 고래 진화 과정을 풀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죠. 파키케투스보다 100만 년 늦게 등장한 암불로케투스는 몸길이가 4미터나 됐고 생김새는 꼭 악어를 빼달았는데 그 생태가 참 독특했습니다.

 

민물과 바다사이

암불로케투스 바다에서 살았지만 마시는 물은 바닷물이 아니라 민물이었고 먹잇감도 바다 동물이 아닌 민물고기나 육상 포유류였다고 합니다. 어쩌면 악어처럼 강에서 매복해 있다가 물을 마시러 온 육상 동물들을 사냥했을지도 모를 일이죠. 이 사실을 발견한 한스 테비슨은 걷는 고래라는 책에서 '암불로케투스가 바다와 강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했고 더불어 육지에서 바다로 진출하는 중간 단계의 종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암불로케투스 이후 300~400만 년이라 짧은 시간 동안 고래목 조상들은 쿠치케투스 로드호케투스 프로토케투스 등으로 빠르게 분할을 거듭해 나갑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에겐 긴 꼬리와 어기적 걸을 정도의 다리가 있었기에 해안가나 얕은 바다 등에 적응해 살아갔죠. 그리고 약 700만 년이 흘러 3900만 년 전쯤엔 드디어 바실로사우루스와 도루돈 같은 몸집이 큰 진정한 유선형의 고래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꼬리가 아닌 꼬리지느러미를 지녔고 뒷다리는 거의 퇴화됐으며, 앞다리는 가슴지느러미로 변해 넓은 바다를 누비기 시작했죠. 그리고 도루돈으로부터 진화의 가지를 뻗어 나온 게 지금의 이빨고래와 수염고래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래가 바다로 가게 된 이유는 뭘까요? 고래 진화 연구의 대가 한스 테비슨 박사는 원인이 한 가지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암불로케투스
▲ 암불로케투스 상상도

오랜 시간의 진화

그는 약 5000만 년 전 작은 네 발 동물 중 일부는 먹이 경쟁과 포식자를 피해 물속으로 눈길을 돌렸고 물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이들의 후손 중 일부는 헤엄치는 법을 터득하고 또 일부는 물속의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땅을 걷는 능력을 잃게 되는 등 수많은 작은 단계들이 고래를 바다로 이끌었다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이 일련의 드라마 같은 과정들은 목적도 방향도 없는 우연의 연속이었다.

 

당시 수중 환경에 적합한 포유류들만이 우연히 자연선택 때 살아남았고 지금의 고래로 진화한 거죠. 히말라야 산맥이 최형 형성되기도 전인 약 5000만 년 전 테티스해의 주변 여울가를 어슬렁거리던 작은 파키케투스는 훗날 자신의 후손이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이 될 거란 사실을 짐작이나 했을까요? 이렇듯 진화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에 더욱 장엄하고 경이로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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