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
1995년 4월 28일 오전 7시 52분,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인1동 상인네거리 지하철 1호선 2공구 건설공사 남쪽 지점에 있는 롯데백화점 상인점(당시 대구백화점 상인점 예정 부지) 신축 공사장에서 75mm 구멍 31개를 굴착하던 중, 그라우팅 작업을 위한 천공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도시가스 배관을 관통시켜 가스가 누출되었습니다.
가스는 인근 하수구를 통해 지하철 공사장으로 유입되었고, 원인 불명의 불씨에 의해 폭발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폭발음과 함께 50m의 불기둥이 치솟았으며, 등굣길 학생 42명을 포함하여 총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한, 공사장 위에 임시 설치한 복공판 400m가 무너지면서 건물 346채와 자동차 152대가 파손되어 피해액은 540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대형 공사장에서 지하 굴착 작업을 할 경우, 해당 관청의 도로 굴착 승인과 함께 가스관을 매설한 회사와 연락하여 가스관이 묻힌 위치를 확인하고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무허가 굴착 작업을 막무가내로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한 (주)표준개발은 가스관 파손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이나 지난 후에야 도시가스 측에 신고를 하게 되어 피해가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회사 관계자 9명을 구속 기소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하 매설물의 전산대장 필요성이 대두되고, 정부와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져 대책기구가 설립되고, 도시가스사업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이 사고의 원인과 수습 방안이 논의되었으며, 대구백화점은 상인점 매각 후 롯데백화점으로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사고 당사자의 기억
최근 꼬꼬무에서 다시 한 번 '상인동 가스 폭발 사건'이 언급되면서 나의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꽤 오랜 시간 동안 트라우마를 겪은 동료 사수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되었고, 그렇게 남은 기억은 마치 영화 한 장면처럼 내 머릿속에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나의 사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학교가 집과 가까워서 버스를 타지 않고 도보로 등교했습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학교로 걸어가던 중, 지하철 공사로 인해 분주한 모습을 보게 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뛰어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수 역시 "뛰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침부터 뛰어다니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날은 천천히 걸어갔다고 합니다.
교차로 인근에는 학생들을 가득 태운 버스들이 보였고, 신호등 신호에 맞춰 정차한 채 다음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스 안에는 낯익은 얼굴들도 보였다고 합니다. 신호가 바뀌자 버스는 출발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괴성 같은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공중으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고막을 찢는 듯한 큰 소리와 불길이 사방으로 퍼져 당시 사고는 전쟁터와 같았고 나의 사수는 아수라장이 된 도로 위에 엎드려 몸을 움츠린 채 한동안 있었다고 합니다. 폭발 소리에 귀가 멍해진 상태에서 청력이 돌아오자,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어보았는데 방금 전까지 달리던 차들이 대부분 파손되어 넘어지거나 불타고 있었고, 심지어 건물 옥상으로 날아가 버린 차량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길 건너 학교로 가는 학생들과 버스를 타고 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쓰러지거나 놀란 얼굴로 구조를 요청하며 버스 창문으로 서로 뒤엉킨 채 뛰어내리는 모습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몸은 굳어버리고, 공포와 혼란에 빠져들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그 모습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까요?
그 여시 폭발과 함께 바닥으로 넘어지면서 상처를 입었고 충격으로 오랫동안 어지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때 사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의 붉어진 눈시울과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난 당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단순한 사고가 아닌 수많은 죽음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트라우마가 아직 그에게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책임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발생한 되돌릴 수 없는 사고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어디선가 이런 작은 부주의로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제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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