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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보다 연봉이 높다는 IPL (인도 크리켓 프리미어리그)

by 웅탐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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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최고 스포츠 '크리켓' 

크리켓
사진: Unsplash 의 Yogendra Singh

인도에서 크리켓은 스포츠가 아닙니다. 인도의 크리켓은 종교나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인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크리켓 선수로 꼽히는 사친 텐들카는 이미 사원에서 모시는 힌두신이 되어 있습니다. 인도의 크리켓 선수들이 받는 연봉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인도의 프로 선수 평균염 연봉은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영국의 EPL를 앞섭니다. 현재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켓 선수인 비라트콜리인은 연봉과 광고를 합치면 손흥민 다 수입이 더 많습니다. 이들이 받는 수백억 원은 인도의 낮은 물가를 생각하면 그게 얼마만 한 가치인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크리켓이 생소한 분들은 여전히 설마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크리켓의 인기는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인도 크리켓 프리미어 리그(IPL)는 매 경기 TV 시청자가 평균 1억 7000만 명이나 됩니다. 전 세계의 EPL 시청자는 무려 14억 명이나 되고요. IPL은 한 해 딱 60 경기만 치릅니다. 그런데 2018년에서 2022년의 중계권료가 무려 3조 원이나 됩니다. 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모독의 자회사가 소니와 페이스북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중계권을 따냈죠.

 

이걸 경기당으로 따지면 100억 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중 하나가 크리켓입니다. 크리켓은 인도의 모든 스포츠 시청자의 93%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인도 시장을 노리는 기업들의 스폰서 경쟁도 굉장합니다. 4년마다 한 번씩 주로 영 연방 국가들이 모이는 크리켓 월드컵은 100개 국 이상에서 중계되는 가운데 20억 명 이상이 지켜봅니다. 현대, 삼성, LG도 인도 크리켓의 주요 후원 기업들이죠. 이 때문에 크리켓은 세계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높은 스포츠로 꼽힙니다.

 

이제 인도 크리켓 선수들의 천문학적인 수입이 이해 되시나요? 사실 인도는 인구나 국역에 비해 올림픽에서의 성과가 아주 형편없습니다. 인도인들이 오직 크리켓에만 열중해 다른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아이들은 모이면 축구를 하지만 인도 아이들은 작은 공터만 있으면 크리켓을 합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프로 선수를 꿈꾸며 크리켓 학원으로 향하지요. 도대체 인도인들은 왜 그렇게 크리켓에 열광하는 걸까요?

 

사진: Unsplash 의 Marcus Wallis

인도 크리켓의 역사

많은 스포츠가 그렇듯 크리켓도 영국에서 시작돼 제국주의와 함께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인도에는 19세기 중후반 식민 지배와 함께 소개되었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스포츠를 식민 지배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영국인들은 크리켓이 신사들이나 하는 스포츠라며 처음엔 자기들끼리만 즐겼습니다. 식민 통치가 점차 자리를 잡게 되면서 인도의 상류층에도 개방했죠. 영국 입장에서는 크리켓을 통해 스포츠맨식과 복종심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일종의 문화 제국주의죠.

 

인도의 상류층 입장에서 크리켓은 영국의 지배층과 교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이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죠. 이후 지역, 부족, 종교 집단별로 크리켓팀이 생겼고 영국팀도 결성되면서 이들 간의 교류전이 활발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도에서의 크리켓은 묘하게도 민족주의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사실 인도로서는 영국을 어쩌다 이겨볼 수 있는 게 크리켓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 이겨도 아무 문제가 안 생기는 유일한 합법적 공간이었죠.

 

영극과의 크리켓 경기마다 인도 사람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크리켓은 인도인의 애국심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역할 덕의 크리켓은 1947년 영국이 인도에서 철수하는 후에도 인도에서 계속 인기 있는 스포츠로 남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크리켓이 국민 스포츠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파키스탄과의 오랜 정치적 갈등 때문입니다. 종교 대립으로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한 이래 양국은 몇 차례의 전쟁도 불사한 원수지간이 되었죠. 크리켓 경기가 벌어지면 이건 전쟁과 다름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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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가대항전에서는 무려 10억 명이 넘는 인구가 이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인도인들은 종교 민족 언어 카스트에 상관없이 이때만큼은 하나가 되어 국가를 응원했죠. 인도 정부도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다채로운 14억 인도인을 하나로 만드는 유일한 수단 그래서 인도 정부는 국내에 여러 상이한 집단을 결속시키기 위해 크리켓을 더욱 장려하게 되었죠.

 

여기에 1983년 월드컵 우승은 인도에서 크리켓의 인기를 폭발시켰습니다. 그것도 자신을 식민 지배했던 영국 한복판에서 들어 올렸죠. 이후 크리켓은 인도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련을 겪었던 인도가 이때 처음으로 이것만큼은 우리가 세계 일등이라고 자랑할 만한 거리가 생겼으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인도 크리켓
사진: Unsplash 의 vicky adams

현재 인도의 크리켓

오늘날 크리켓에 인도인들이 열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신분 상승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브라질이나 아프리카 아이들이 틈만 나면 축구를 하는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인도는 카스트 때문에 브라질이나 아프리카보다 신분 상승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를 단박에 뛰어넘는 게 크리켓을 잘하는 것이죠. 프로나 대표 선수가 되면 앞에서 본 것처럼 엄청난 수입이 보장되고 어쩌면 하위 카스트에서 졸지에 상위 카스트도 숭배하는 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카스트 얘기를 하나 더하자면 인도에서 다른 카스트 간에 몸을 부딪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그런데 크리켓은 선수들 간에 몸 닿는 일이 거의 없는 스포츠죠. 바로 이 점도 인도에서 크리켓이 인기를 얻게 된 인도만의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무엇이 되었던 크리켓은 인도라는 국가를 중심으로 14 억 명의 사람들이 하나 된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거의 유일한 문화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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