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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95%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 이유

by 웅탐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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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여 년 전 시드니 대학교의 지리학과를 창설한 '그리피스 테일러'는 호주의 지형 때문에 서기 2000년 경에는 호주의 인구가 2000만 명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서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호주의 사막은 영구적으로 정착하기에 거의 쓸모없는 곳이라고까지 했죠. 그의 발언이 어지간히 반 애국적으로 비쳤는지 당시의 언론은 그를 향해 비관론자라며 흥분했고 정치가들은 환경적 결정론이라면서 그에게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리피스 박사의 말이 옳았습니다. 2000년도 호주의 인구는 1900만 명이었거든요. 호주는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의 48개 주 크기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인구를 보면 너무 큰 차이가 나죠. 미국은 인구 3억 명 호주는 현재 2600만 명입니다. 호주는 한국에 비해 77배가 큰 반면에 인구는 5100 만 명의 한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호주
사진: Unsplash 의 Antoine Fabre

이렇게 면적 대비 적은 인구를 가진 호주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집니다. 오직 국토 면적의 단 0.2 %의 인구의 90%가 살고 있습니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에들라이드에 호주 인구 세 명 중 두 명이 살고 있죠. 또 다르게 말하면 인구의 85%가 해안선의 50킬로미터 부근에 몰려서 살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그리피스 박사는 도대체 왜 95%나 되는 드넓은 호주의 내륙을 쓸모가 없다고 얘기한 걸까요? 그리고 왜 지역은 실제로 텅텅 비어있는 걸까요?

 

여러분 비가 오는 원리를 아시나요? 비가 오려면 구름이 있어야겠죠. 구름이 만들어지려면 수증기가 상승해서 응결이 되어야 합니다. 이 응결된 빙정이 녹아서 땅에 떨어지는 게 '비' 니까요? 즉 수증기가 상승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만 하는데 호주는 공기를 상승시키는 바다의 열이 부족합니다. 호주의 대륙 아래쪽에는 남극이 위치하고 있어서 남극 한류라는 차가운 바다 해류가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대륙과 닿기 때문에 수증기를 상승시킬 만한 충분한 열이 만들어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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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습한 공기가 다가오다가 산을 만나 산지를 타고 올라가게 되면 상승한 공기는 또 응결되어 비가 될 수 있겠죠. 이를 '지형성 강우'라고 하는데 문제는 호주의 산들 중 해발 600미터가 넘는 곳이 호주 전체 산의 단 6%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가장 높은 코지어스코산이 해발 2228미터인데 다른 대륙들의 산들은 최소 이 높이의 두 배 이상이 넘죠. 그래서 지형성 강우가 만들어질 수 없는 조건입니다.

호주 시드니
사진: Unsplash 의 Road Trip with Raj

호주 대륙은 남회귀선에 걸쳐 있어서 아열대 고기압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정기적인 엘니뇨 현상 때문에 무역풍이 약해진다는 점 등 쉽게 말해 비구름이 만들어 질 수 없는 지리적 지형적 조건을 모조리 다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기후 조건 덕에 결국 호주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지역은 아주 건조한 사막 지역이 되었고 호주 사람들은 이곳을 '아웃백(Outback)'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아웃백에는 건조한 사막 기후뿐 아니라 독사, 독거미 등 위험한 생물들이 많이 사는 생태가 만들어져 사람이 사실상 살 수 없는 환경입니다. 1848년 '루드비히 라이히하르트'라는 탐험 대장이 두 명의 원주민을 포함한 일곱 명의 대원들, 소 50 마리, 노새 20 마리, 말 일곱 마리와 함께 브리즈번에서 시작해 퍼스까지 가는 대륙 횡단 탐험을 시도했다가 결국 실종되고만 사건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큰 호주 대륙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들로만 가득 차 있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이 3대 도시에는 호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고 이곳은 '머리-달링 강'의 유역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들입니다. 매년 유량이 일정치가 않고 평균으로 쳐도 중국의 양쯔강의 절반도 안 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알프스의 눈이 녹아 형성된 이 '머리-달링 강' 덕분에 2600만 명의 호주 국민들이 마시기에는 그리고 농사를 짓기에는 나름 충분한 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
사진: Unsplash 의 Laura Cros

이렇게 농사가 가능하게 된 지역은 사실 호주 전체의 6%밖에 되지 않지만 호주가 워낙 넓다 보니 그중에 6%라고 하더라도 엄청난 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 사용 가능 경작지를 합친 것보다 호주가 더 넓은 경작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이 가진 인구가 5억 4200만 명인데 2600만 명밖에 안 되는 호주의 인구를 생각해 보면 사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부양할 수 있는 공간과 자원이 있다는 이야기죠 말은 사실 아직도 호주의 인구가 더 많아질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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