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힘든 훈련 속에서도 많은 책을 읽던 선임이 있었습니다. 당시 여러 단체나 개인들이 기부해주신 책들을 모아 휴게실 한편에 서랍장을 만들어 휴식시간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았었는데 사실 사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지만 그 선임만큼은 매주 책을 바꿔가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훈련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면 누구라도 침상에 누워 잠을 자고 싶을 텐데 그 선임만은 유독 힘들면 힘들수록 더 시간을 내서 책을 읽었고 책을 읽는 시간이 자신에겐 휴식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그 선임의 권유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설은 이후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는데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소설 향수 출판되고 나서 전 세계 2000만 권 이상 팔려 20세기 들어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좀머 씨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대중적인 작가이지만 결벽증에 극도로 폐쇄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과 악수도 안 하고 문학상 수상도 거부할 정도로 남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작가였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 소설을 영화화하기까지 제작자가 무려 15년간 그를 설득해서 만들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소설만큼 영화 역시 저에게는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영화' 향수'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합니다. 그럼 같이 가 보실까요~?
영화 '향수' 줄거리
특별한 아이의 탄생
때는 18세기 프랑스 악취로 가득한 파리 어느 생선시장. 생선을 팔고 있던 한 여인이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질되고 버려진 생선조각들이 널려있는 좌판 밑으로 들어가 혼자서 출산을 합니다. 그녀는 아무런 당황함도 없이 스스로 핏줄을 자르고 아기를 생선더미에 밀어 넣고는 다시 일어나 장사를 시작합니다.
죽음의 늪으로 버려진 이 아기는 지금껏 이렇게 버려진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의 운명을 거부합니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아기가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것을 알고 그의 엄마를 살인자라고 지목하자 그녀는 당황해하며 도망을 가게 되고 결국 도망가던 엄마는 붙잡혀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혼자 남은 장바티스트는 할 수 없이 고아원으로 가게 되었고 좁아터진 고아들의 숙소에 같이 있게 되었습니다. 아기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아이는 장바티스트를 만지려고 했고 그때 눈도 뜨지 못한 장 바티스트는 소년의 손가락을 낚아채선 손끝에 가져가 냄새를 맡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린이가 된 장바티시트는 말은 겨우 하는 수준만, 후각만큼은 누구도 그를 따를 자가 없었습니다. 그는 냄새와 향기로 이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장바티스트가 10세 살이 되자 고아원 원장은 그를 가죽 공장에 노예로 팔러 갑니다. 불과 7프랑에 장바티스트를 판 원장은 곧 강도들을 만나게 되고 돈을 뺏기고 채 살해당하고 맙니다.
하루 15시간 이상의 중노동으로 5년을 못 버티고 죽어나가는 무두질 공장에서 장바티스트는 잡초처럼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아 성인이 된 장바티스트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 밖으로 나오게 된 장바티스트는 주위의 강렬한 향기에 눈을 돌렸습니다. 홀린 듯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는 장바티스트. 그가 도착한 곳은 향수 가게였습니다. 어두워지도록 그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향기에 대한 욕망
향기에 취해있던 장바티스트. 그를 스치는 낯선 향기가 느껴졌고 두리번거리던 그는 그것이 한 여인의 향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향기에 빠진 그는 무작정 그녀의 향기를 따라 쫓아갑니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던 장바티스트를 발견한 여인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장바티스트는 소리를 못 지르도록 여성의 입을 틀어막습니다. 잠시 후 주변이 조용해지고 그녀의 입을 열었을 땐 이미 그녀는 죽은 뒤였습니다. 그녀가 죽자 그녀가 풍기던 향기도 사라졌습니다. 그는 생명이 사라지면 향기도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버립니다.
이태리 출신의 향수 가게 주인 발 디니는 한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손님 없는 가게나 지키는 처량한 신세입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경쟁자 펠리시에가 만든 향수인 '사랑과 영혼' 참고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자존심이 센 발디니는 경쟁자 펠리시에를 따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곧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가 된 발 디니는 결국 펠리시에를 따라 해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비참한 현실에 슬퍼하며 그는 사랑과 영혼을 따라 해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인 발디니는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장바티스트가 이 가게로 가죽을 배달하러 옵니다. 지하 작업실의 수많은 향수 원래 매료된 장바티스트는 이곳에서 향기들에 둘러 쌓여 그가 원하는 향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지하실에 가득한 사랑과 영혼의 향기를 맡고는 발디니에게 사랑과 영혼을 만들어 보겠다고 합니다. 황당한 소리에 장바티스트를 내보내려 하지만 계속된 그의 부탁과 사랑과 영혼이 필요했던 발리니는 장바티스트를 비웃으며 한번 만들어보라고 합니다.
여러 재료들을 섞어가며 만든 향수를 작은 병에 담은 뒤 발디니에게 맡아보라며 권하게 되고 의심쩍은 표정으로 장바티스트가 만든 향수를 맡아보는데 발디니는 순간 천국의 정원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키스를 받은 듯한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넉이 나간 발디니는 다음날 바로 가죽 공장을 찾아가 50프랑에 장바티스트를 데려옵니다. 향수 가게에서 일하게 된 장바티스트 덕분에 발디니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됩니다. 그의 가게는 승승장구하였고 수많은 향수들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향수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장바티스트는 정식으로 발디니에게 향수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만송이 장미꽃으로 만들게 되는 향부터 여러 가지 내용들을 배우게 됩니다. 어느 날 발디니로부터 이집트의 전설로 남아 있는 천국의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아직도 밝히지 열세 번째 재료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에 그는 무엇보다 천국의 향수를 만드는 열세 번째 재료를 알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한밤 중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에 잠을 깨는 발디니는 지하 작업장에 가보니 장바티스트가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생명체의 냄새를 향기로 만들기 위해 중류기에 산 고양이를 통째로 집어넣은 것이었습니다. 발디니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다그치듯 생명체의 냄새는 향기로 못 만든다는 말을 하게 되고 충격을 받은 장바티스트는 그 자리에서 졸도해 버립니다.
13번째 향
일주일 후 회복된 장바티스트는 발디니에게 향수 백개의 제조법을 알려주는 대신 향수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그라스에서 새로운 제조법을 배우러 떠날 것을 제안하고 발디니는 허락해 줍니다. 그라스에 도착한 장바티스트는 그곳에서도 역시나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을 받게 됩니다. 새롭게 일을 시작한 장바티스트. 그곳의 증류기는 사람이 들어갈 만큼 거대했습니다.
어느 외딴집에 여성 혼자 남아있습니다. 낯선 인기척을 느끼고 불안해하는 여인. 이때 그녀가 숨어 있던 2층으로 사다리가 놓이면서 겁에 질린 여인 앞으로 나타나는 장바티스트. 잠시 후 여인을 통째로 증류기에 넣은 장바티스트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그녀에게서 향을 채취하려 합니다. 그의 광기 어린 집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잔혹해지고 있었습니다.
거리의 매춘부까지 손길을 뻗치는 장바티스트 돈을 주고 한 여인을 여관으로 데리고 갑니다. 향을 채취하고 싶다며 이것저것 준비해온 것들을 가방에서 꺼내는데 날카로운 칼을 보이자 여인은 위험을 느낍니다. 여인은 하기 싫어졌다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그 찰나 장바티스트는 몽둥이를 휘둘러 그녀를 살해합니다. 장바티스트는 죽은 여인의 몸에서 기름을 채집하고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향을 찾아 내게 됩니다. 그 이후로 그는 닥치는 대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살해하고 채취를 하나씩 모읍니다. 오로지 향을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장바티스트 결국 조용했던 도시 그라스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점점 혼란에 빠지는 그라스는 범인 색출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이때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범인의 자백서엔 실제와 다른 허위 자백들이 넘쳐났고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한 것임이 밝혀지게 됩니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시민들은 파티를 엽니다. 이때 그라스에서 가장 미모와 향기가 뛰어난 앙투안 리시 집정관의 딸 로르 리시를 노리는 장바티스트. 그녀가 혼자 있는 순간을 노리는데 장바티스트는 코앞까지 도달한 로르 리시를 죽이려 하지만 때마침 나타난 그녀의 아버지 앙투안 리시 때문에 살인계획은 불발로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앙투안 리시는 살인자가 자신의 딸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그라스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원으로 피신을 떠납니다.
잡자기 그녀의 향기가 멀어지는 걸 느낀 장바티스트는 급하게 그녀를 쫓아갑니다. 장바티스트가 그녀를 쫓아간 사이 그의 숙소에서 냄새를 쫓아 땅을 파는 강아지. 그곳에서 죽은 여인들의 옷과 머리카락이 발견됩니다. 피난 도중에 숙소에 들린 앙투안 리시와 그의 딸 하지만 장바티스트는 그녀의 향기를 쫓아 멈추지 않고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숙소까지 온 장바티스트 그녀가 머물고 있는 방을 오래도록 주시합니다.
다음날 아침잠에서 깬 앙투안 리시는 딸의 방에 들어가는데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 잠시 후 눈부심이 사라지고 침대 위에서 이미 죽어 있는 딸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천국의 향수
13번째 향기까지 모두 모은 장바티스트. 드디어 천국의 향수를 완성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뒤를 쫓고 있던 경찰들에 의해 체포되고 맙니다. 이로써 그의 잔인한 살인 행각은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앙투안 리시는 그를 고문하며 그의 몸을 갈기갈기 짖어서 죽여버리겠다고 그에게 다짐합니다. 장바티스트의 사형이 있던 날 많은 사람들이 희대의 살인마의 죽음을 보기 위해 처형장에 모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인범 장바티스트의 사형식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장바티스트는 몰래 가지고 있던 향수 뚜껑을 열자 천국의 향을 간수들이 맡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수많은 인파가 모인 처형장 뜬금없이 화려한 마차를 타고 등장하는 장바티스트. 사형수 장바티스트가 깔끔하게 옷을 차려입고 마차에서 내리자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 사형 집행인도 무릎을 꿇고 마치 신을 대하듯 경의를 표하고 장바티스트는 죄가 없다고 외칩니다. 그의 죄를 부정하는 군중들 사이로 그는 또 한 번 손수건에 향수를 묻히고 손수건을 흩날립니다. 장바티스트의 향수에 군중들은 마치 신을 만난 듯 황홀해하고 숭배합니다.
잠시 후 누구나 할 것 없이 옷을 다 벗어던지고 서로 뒤엉켜 사랑을 나눕니다. 눈물을 흘리는 장바티스트 기쁨의 눈물인지 후회의 눈물인지 모를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이제 그는 세상을 마비시킬 수도 있고 돈, 명예, 죽음보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됐지만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둠이 내린 저녁 그는 자신이 태어난 파리의 생선 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시장의 노동자들은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피워놓고 여럿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 장바티스트 자신의 몸에 천국의 향수를 쏟아붓습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달려들었고 잠시 뒤 장바티스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끝이 파멸일지라도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질주. 자신을 태우면서도 바라는 사랑에 대한 갈망 이 영화에서는 욕망의 마지막을 사랑이라 말합니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2007년 3월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언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좋으 영화입니다. 아직 안 분들이 계신다면 꼭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영화 시간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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