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귀에 반하다.
나는 김건모의 '핑계'를 듣기 위해 2집을 구매했었다. 아직은 어린 학생이었기 때문에 용돈을 열심히 모아 가수들의 테이프를 사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좀 더 컸을 때 김건모 3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는 새로운 음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정보가 전혀 없을 때라 우리는 신곡 발매가 되어야지만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3집에 대한 음악 정보가 전혀 없던 나는 어제쯤 발매가 된다는 소식만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친구 몇 명이서 돈가스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때 돈가스는 쉽게 먹을 수 없는 소중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약속을 한 날부터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가 가기로 한 레스토랑은 친구네 형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나도 크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혼자서 상상을 했었는데 미리 한 번 가서 친구형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보고 싶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시간이었는데 가게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많이 없었다. 빈자리 중 아무 곳이나 앉으라는 친구 형의 얘기를 듣고 우리는 홀 가장 중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둥근 테이블과 의자들, 여러 가지 색깔의 조명과 마룻바닥 그리고 주방 쪽에서 풍겨오는 수프와 소스 냄새들. 곧이어 우리는 돈가스를 주문하고는 친구들끼리 처음으로 레스토랑에 온 것이 왠지 의젓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서로 어른처럼 뽐을 내며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잠시 후 친구형은 애피타이저인 수프를 가져다주었고 뜬금없이 김건모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우리는 형의 얼굴을 쳐다보며 영문을 몰라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 출근하는 길에 김건모 3집이 나왔길래 사 왔는데 들어보니까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있다가 한번 들어보라며 형은 주방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다시 장난을 치며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흘러나오던 음악이 멈추더니 지금도 듣기만 하면 어깨가 요동치는 '잘못된 만남'의 인트로 부분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그날의 그 음악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그런 음악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돈가스를 먹으며 이 음악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게 다는 생각을 했다. 어쩜 앞으로 이 노래보다 더 완벽한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정말 가사는 슬픈데 왜 이렇게 신나는지 난 그날 저녁 모아둔 돈을 가지고 레코드샵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시작은 '잘못된 만남'이었지만 정말 김건모의 3집은 최고 중에 최고의 앨범이었다. 어느 하나 그저 그런 노래가 없었다. 정말 모든 곡이 너무 좋았고 지금 들어도 그 앨범은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김건모의 3집은 1995년 1월에 발매가 되었는데 약 3개월 만에 250만 장 이상 판매를 하며 엄청난 기록을 새웠다. 최종적으로 약 280만 장이 팔리면서 국내에서는 최단기간에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다. 이후 김건모는 3집의 기록을 깨기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그 기록을 깰 수는 없었지만(김건모 4집 '스피드' 150만 장) 그런 목표가 그를 끊임없이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 김건모의 서울의 달
김건모의 노래를 다 좋아하지만 그중 '서울의 달'이라는 노래가 너무 좋다. 바쁘게 살던 어느 날 이 노래를 듣고 오랫동안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있다. 인생의 과도기였던 때라 엄청 바쁘게 살아지만 뭔가 맘 먹은대로 되지 않고 결과가 나지 않아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때 그의 이 노래가 나의 마음을 많이 달래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여러 장르의 노래를 참 잘 소화해 내는 능력이 있다. 때론 신나고 때론 슬프고 때론 기쁘고 때론 화가 나는 정말 노래에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 부르는 사람이 가수 김건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얼마 전 그는 여러 가지 사건과 연루되어 tv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판결이 나왔다고 하는데 공인이기 때문에 다시 얼굴을 비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쩜 서울의 달처럼 서글픈 상황에 그가 놓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본인의 노래로 용기를 얻길 바라본다. 이제는 결혼도 했으니 강하게 마음을 다지고 때가 되면 다시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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