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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탐구생활

아직도 불타오르는 드렁크타이거

by 웅탐 2022.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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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힙합의 멋을 알게 되다.

고등학교 시절엔 할 수 없었던 자유로운 출석이 가능한 대학에서 이성보단 감정에 끌려다니며 자유를 만끽했다. 전국에서 온 입학생들이 동기생이 되고 낯설어하는 시간도 얼마 가지 않아 친한 친구들이 되었다. 대학의 낭만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했던 그때 왜 그리도 고독을 외치며 발라드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온몸에 털들이 전봇대처럼 꼿꼿이 서지만 당시엔 그것이 나의 자아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우정이 무럭무럭 자랄 무렵 우리는 M.T를 가게 되었고 학과 가요제가 시작되면서 새내기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평소 수줍음이 많고 말수도 많지 않던 키가 작고 큰 뿔테 안경을 쓴 친구가 술을 몇 잔 마셨는지 불어진 얼굴로 노래를 한곡 하고 싶다며 손을 들었고 친구 녀석의 갑작스러운 모습을 나는 어리둥절하게 그 친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은색 '맥스 98'을 신고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과 청남방을 입고 있던 친구는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무대로 걸어 올라갔고 MC를 보던 다른 친구에게 부르려고 하는 노래의 번호를 불러주고 무대 중앙에 섰다. 정말 무대에 서기 전까지 그저 수줍음 가득한 순둥이 같은 친구였지만 무대 위에 노래를 부르기 위해 서있는 그 친구는 영락없이 힙합가수였다.

 

노래방 기기에서 반주가 시작되고 음악이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무대를 바라보았고 친구의 노래의 시작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친구는 힙합 마니아였고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이 해외 뮤지션을 많이 알지 못했는데 그는 힙합의 역사까지 줄줄 꿰고 있던 실력파였다. 마이크에서 울려 퍼지는 그 친구의 음악은 M.T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그때 그 장면은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내 인생의 명장면이었다.

 

그날 그 친구가 부른 곡은 드렁큰타이거의 '난 널 원해'였고 나는 M.T를 다녀온 후 드렁큰타이거 노래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후 조PD, DJDOC, 양동근, MC스나이퍼 등등 힙합을 가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되었다. 지금도 가끔 당시에 들었던 노래들을 들어보면 뭔가 뜨겁지는 않지만 따뜻한 열정의 덩어리가 아직 몸안에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은 힙합이 워낙 많은 인기를 끌고 있고 TV에서도 힙합 경연프로들이 많이 나오면서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만 해도 힙합은 상당히 마니아층만 좋아하던 음악이라 비슷하게만 따라 불러도 어디서든 엄청난 이목을 끌 수 있었다.  아마 그래서 힙합을 더 열심히 따라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힙합-패션-보이
힙합 = 힙합

 

2. 드렁큰타이거

아직도 많은 뮤지션들에게 힙합의 획을 그은 힙합 1세대라고 불리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타이거 JK는 힙합을 몸으로 익히고 이민자의 고달팠던 삶의 많은 울분을 맘속에 담아 음악으로 표현했다. 대표곡이 엄청나게 많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Liquor shots'과 '음주 Rapping'을 좋아한다. 독도가 일본이면 장을 지진다는 그의 가삿말은 그의 맘속에 있는 곧은 의지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듣고서 그의 매력에 안 빠질 수 없었다. 

 

물론 요즘 엄청난 가수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어 힙합 1세대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혹여나 잠들지 못하는 밤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그의 음악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더불어 드렁큰타이거가 놀랐다는 실력을 가진 구리구리 '양동근'의 노래도 들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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