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뿅뿅 지구 오락실' 만들기까지 (좋아하는 것만 했어요.)

▲ 나영석 PD - 그는 천재인가?

나영석 PD 반평생 이야기

소년 나영석

평범한 시골 소년이 우주로 나가기까지의 이야기. 오늘 소개할 인물은 나영석 PD입니다. 1976년 청주에서 태어난 나영석의 어린 시절은 평범했습니다. 어린 나영석은 만화책을 좋아했으나, 만화가가 되고 싶지는 않았고 비디오를 좋아했으나,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예술이나 운동과 같은 분야에 특출난 재능을 보인 것도 아니었고 남다른 리더십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낯가림이 많고 말수가 적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남들과 다른 점을 굳이 찾자면 주말마다 아버지와 함께 산과 들로 여행을 다녔다는 것인데 이 또한 아버지가 좋아서 한 것이지 어린 그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낯가림도 많고 말수도 적고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명확하지 않아 무기력한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이렇게 말습니다. "공무원이 장땡이다. 행정고시 봐서 공무원이 되렴." 이 말을 들은 나영석은 아버지의 말대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하게 됩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기 위해 그는 고향 청주를 떠나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1994년의 서울은 스무 살 나영석에게 너무나 낯선 곳이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 

높은 건물, 지하철, 사람으로 가득한 거리까지 무엇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서울의 풍경보다 그를 낯설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대학교였습니다. 신입생으로 입학한 대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활기와 설렘으로 가득했고 94년의 연세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낮에는 모교의 이름이 들어간 응원가를 불렀고 밤에는 신촌 길거리를 술로 적시며 태어나 처음 서로를 만난 대학생들은 대학교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었습니다. 나영석만 빼진 상태에서 말입니다.

 

처음 본 사람과 단지 같은 학교라는 이유로 갑자기 하나가 되라니 낯가림이 심한 그에게 이 같은 분위기는 참으로 적응하기 어렵고 불편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강의는 또 얼마나 어렵던지 한자로 가득한 전공 서적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었습니다. 대학 생활도 대학 공부도 무엇하나 그와 맞지 않았기에 서서히 겉돌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강의실이 아닌 만화방과 비디오방을 전전하였고 해가 지면 신촌 거리가 아닌 고향 친구가 있는 외대 앞 하숙집으로 갔다 고향 친구가 있는 작은방에서 나영석은 술로 잠을 청했습니다. 서울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향과의 실낱 같은 끈이 이어진 친구의 하숙집은 그에게 가장 알맞은 도피처였습니다.

 

만화방과 하숙집을 전전하며 술로 잠을 청하던 어느 날 나영석은 문득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폐인과 같은 생활을 청산하기로 하고 무언가 변화를 가지기 위해 동아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동아리에 들어야 할까? 낯가림이 심했던 그의 선택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신입생이 별로 없는 곳, 그러니까 신입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곳, 결국 그는 이 조건에 딱 들어맞는, 정말 인기가 없는 동아리를 찾게 되는데 그곳이 바로 연극반이었습니다.

 

연극동아리

나영석은 동아리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낯가림을 억누르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서서히 열리는 문 너머로 그를 반긴 것은 지독히도 어둡고 짙은 공간이었습니다. 캠퍼스에 가득한 신입생은 온데간데없고 신입생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수업으로부터 벗어난 유랑인들만이 있었습니다. 주류를 거부한 그렇다고 완벽한 비주류도 아닌 어딘가에 놓여있는 인물들이 모여 있는 어둡고 짙은 공간이었고 그는 이 공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연극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이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기에 나영석은 연극반에 들어갔고 연극반에 들어간 이후로 그의 삶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수업을 빼먹고 만화방에 가는 대신 동아리방에 갔고 학교가 끝난 후에는 하숙집에 가 술을 먹는 대신 동아리 친구들이 신촌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연극도 하였습니다. 연극을 위해 발성 연습을 했고 대본을 썼으고 대본을 외워서 연기까지 하였습니다.

 

하나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동아리원들과 의견을 나눴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였습니다. 다툰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를 하였고 다시 연극을 준비하였습니다. 처음에 낯을 가리던 그가 갈 곳이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극관에 들어오긴 했지만 어느새 학점도 포기한 채 자신의 모든 시간을 연극에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연극에 엄청난 재능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연극에 큰 꿈을 가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과물이 화려한 것도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나의 목표를 두고 그것을 향해 동료들과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마냥 즐겁고 행복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의 즐거움이 무기력하던 그를 연극에 미치게 만든 것이었고, 거의 자신의 대학 생활을 연극에 쏟아부었다.

 

코미디 작가

같은 과 친구들이 시험공부를 위해 밤을 지새울 때 나영석은 연극 준비를 위해 밤을 지새웠고 같은 과 친구들이 어학연수를 위해 비행기에 오를 때 연극을 위해 무대에 올랐습니다. 자신의 대학 생활을 오롯이 연극에다 쏟아붓었고 이 과정에서 행정고시 합격이라는 꿈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졌습니다. 

 

대신 그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코미디 작가였습니다. 연극반 활동을 하며 코미디 대본을 쓰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자신이 곧잘 글도 잘 쓴다고 생각하였기에 4학년이 된 그는 큰 고민 없이 코미디 작가가 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때마침 당시 큰 인기를 끌던 시트콤 '세 친구'에서 막내 작가를 뽑는다는 공고를 냈고 그는 이 공고에 호기롭게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게 됩니다. 지원 방법은 세 친구의 에피소드 한 편을 대본으로 작성하여 제출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는 며칠에 걸쳐 한 편의 대본을 완성하였고 완성된 대본을 보며 합격을 장담하였습니다. 이유는 본인이 보기에 너무 잘 썼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재미는 대본은 없을 것 같았던 그는 자신감 넘치게 대본을 제출하고 합격자 발표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합격자 발표날. 처참하게도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자신이 탈락이란 말인가? 대학에 와서 쌓아온 것 중 가장 자신 있는 것이 연극이고 그중에서도 대본 쓰기가 아니었던가? 그는 새 친구 측에 전화를 걸어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이 탈락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문의에 세 친구 측은 착오가 없다고 답했고 그는 몰려오는 부끄러움과 함께 큰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착오는 새 친구 측에 있던 게 아닌 자신에게 있었음을 말이죠. 그리고 이 깨달음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처지 또한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남들이 다 취업 준비할 때 연극을 한다며 흔한 학점도 안 챙긴 4학년 이란 것이었고 그는 자신이 벼랑 끝에 몰렸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취업 소식에 그 역시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학 4년을 오직 연극만 하며 보냈기 때문이었습니다. 행정고시를 봐서 공무원이 된다와 같은 이야기는 평행세계의 나영석이나 가능할 법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이 놓여 있을 때 연극반 선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데 연극반 선배는 그에게 영화 일을 해 볼 것을 건의했고 뭐라도 해야 했던 그는 구원자도 같은 선배의 말에 흔쾌히 수락의 여사를 밝혔습니다. 코미디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는 이렇게 영화판에 입문하게 되는 줄 알았지만 곧 바빠질 거라 했던 감독의 말과는 다르게 이도 저도 되지 않았고 감독과 사무실 사람들은 두 달 후 모두 야반도주를 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사무실에 출근한 나영석은 상황을 알게 되고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깊은 한숨이 나왔습니다. 작가도 안되고 영화도 안되고 재능이 없는 건지 인연이 없는 건지 아니면 둘 다 없는 건지 아니 뭘 해 먹고살아야 하는지 부모님은 아들이 먼 타지에서 열심히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줄만 아실 텐데 나영석은 정말 뭐라도 해야 했기에 이것저것을 찾던 중 마지막으로, PD 시험을 보기로 하였습니다.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쨌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기에 그는 도전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만약 이것도 안 되면 학원에라도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나영석은 PD 시험을 준비하였습니다.

 

PD 시험

그는 어렸을 때는 PD라는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오로지 연극만 했을 뿐이어서 PD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PD 시험 준비 방법을 검색을 통해 찾아낸 그는 PD 시험이라는 것이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1차는 시사상식 2차는 논술 및 기획안 작성 3차는 면접으로 구성된 것 알게 되었고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기획안 작성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쓸데없는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그것이 재밌어 보였습니다. 그는 기획안 작성을 중심으로 PD 시험을 준비하기로 하였고 하루 종일 TV를 보았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프로그램을 보며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노트에 꼼꼼히 정리하고 이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안을 쓰는 연습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그는 최선을 다해 기획안 시험을 준비하였습니다. 이후 그는 PD 시험을 치르기 위해 지원을 하게 되고 발표를 기다리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1차는커녕 서류도 통과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서류를 통과해도 1차 시사상식에서 어김없이 탈락하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영석은  연극을 한다면 가장 기본이라는 학점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시사상식 또한 기획안 작성에 몰두한다며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단 한 곳으로부터 1차 시사상식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는데 이 회사가 바로 KBS였습니다. 이제 자신이 그토록 연습했던 기획안을 작성해 볼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습니다. 기획안 작성 시험은 마치 옛날 과거시험과 같았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내주고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 기획안을 써내면 되었습니다. 나영석에게 주어진 주제는 바로 음식 그는 속으로 함성을 질렀습니다. 자신이 연습한 수많은 기획안 중 음식을 주제로 한 기획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냉동실 한구석에서 잊혀 가던 고깃덩어리를 보며 떠올린 아이디어. 바로 요리 전문가가 연예인이나 일반인 집을 방문해 큰 집 냉장고를 열어 그 안에 재료만으로 요리를 만든다는 내용의 기획인 이름하여 '냉장고를 열어라'였습니다. 나영석은 이 아이디어로 2차 시험을 통과했고 마지막 면접 또한 무사히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학생 나영석은 PD 나영석이 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었으나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좋았습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줄로만 알던 고향의 부모님에게 공무원 비슷한 걸 했다며 자신의 취업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2001년 3월 나영석은 대학생이 아닌 PD로 첫발을 내디디게 되었습니다.

 

신입 PD

나영석의 신입 PD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PD라는 직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지휘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는 누군가를 지휘할 리더십은커녕 특유의 낯가리는 성격과 연예인 울렁증으로 인해 출연자들에게 말도 잘 걸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이 없으면 편집이라도 잘해야 되는데 기계를 다루는데 소질이 없었던 그는 이마저도 잘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만 같은 PD 생활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하여 일을 대충 할 수 없었습니다.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국에서 대충 한다는 것은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본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잘하지 않더라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PD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도 반납하고 회사에 출근해 일하였고 일이 없을 때는 텅 빈 편집실에서 혼자 편집 연습을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PD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산 덕분일까? 이프로 저프로 떠돌던 나영석은 입사 2년 만에 고정 조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바로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이라는 예능 프로였습니다. 그는 이 예능 프로에서 운명과 같은 두 사람 이명한과 이우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젊었고 열정이 넘쳤기 대문에 밤새 기획회의를 하였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촬영을 하였습니다.

 

촬영이 끝난 후에는 미친 듯이 편집을 하였고 이 편집한 내용을 방송에 내보낸 후에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웃고 울게 되었습니다. 이 1년의 과정에서 나영석은 입사 처음으로 PD라는 직업이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의 그는 PD의 주된 업무인 출연자 섭외와 현장지휘를 크게 낯가리는 성격으로 인해 잘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은 없었고 그래 그는 PD에 대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명한과 이우정은 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나영석에게 시키지 않았습니다. 이 둘은 나영석이 잘하지 못하는 출연자 섭외와 현장 지휘를 자신들이 대신 맡아서 하였고 대신 나영석에게는 그가 잘하는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시켰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니 일은 절로 즐겁고 즐겁게 일을 하다 보니 결과물 또한 좋았습니다. 세 사람은 함께 '여걸 파이브', '여걸 식스'를 연달아 성공시켰고 이후 '준비됐어요'를 거쳐 '1박 2일'이라는 초대형 히트작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1박 2일

▲ 1박 2일은 아직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박 2일은 대한민국 한 획을 그었다는 표현이 전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어느 정도였냐면 최고 시청률이 43.3 %였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51.3 %였습니다. 그야말로 초대박 이었습니다. 1박 2일 이후 나영석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고 존재감 없던 PD 나영석은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을 받는 일약 스타 PD가 되었습니다. 나영석은 행복했습니다. 비단 시청률이 높고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스타 PD가 되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1박 2일 촬영은 촬영 자체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출연자들은 딱히 뭘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서로 내기를 하며 놀았고 재작진 또한 이 놀이에 어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영석은 자신이 잊고 살았던 먼 옛날 대학교 연극반 시절에 느꼈던 과정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박 2일은 무려 5년간 국민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기 마련이고 1박 2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1박 2일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1박 2일은 왜 끝을 맺었는가? 많은 사람은 출연자들의 사건 사고에서 이유를 찾을 것입니다. 물론 그 이유도 맞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5년이라는 시간을 조금도 쉬지 않고 달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공중파 방송국은 시즌제를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 번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습니다.

 

보통의 프로그램이야 1년 혹은 2년 정도 하면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바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1박 2일은 달랐습니다. 1박 2일은 1인 MC 체제로 진행되는 원맨쇼가 아니기 때문에 6명의 멤버 하나하나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멤버를 바꾼다는 것은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고 그래서 출연자들은 5년을 내리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태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24시간 카메라를 켜야 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해왔던 멤버들이 아니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스태프들 또한 5년을 내리 일할 수밖에 없었고 나영석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1박 2일을 시작할 무렵에 태어난 5살 배기 딸은 그를 낯설어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한창 자랄 때 나영석은 항상 촬영장 그리고 편집실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영석은 이 상황이 문제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괴로웠습니다. 결국 1박 2일이 끝난 후 나영석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단을 하게 됩니다. '성공도 좋고 히트작도 좋지만 더 이상 많은 다른 사람을 학대하며 살지 말자. 그래, 회사를 그만두자.' 수많은 생각 속에서 결론을 내린 그는 그렇게 KBS를 그만두게 되고 일정기간의 휴식의 삶을 살 수 있는 시즌제가 가능한 TVN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끝내 왕좌에 오르다 (with tvN)

▲ 나영석PD가 만들어낸 tvN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

 

이후 나영석의 행보는 우리가 익히 잘 알듯 화려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꽃보다 할배, 삼시 세 끼, 윤 식당, 알쓸신잡, 신서유기, 뿅뿅 지구 오락실 등을 지금까지 연달아 성공시키기며 대한민국 예능계에 시즌제 예능을 안착시켰고 끝내 예능 왕좌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시즌제를 통해 적절히 머리를 비워가며 새로운 예능으로 반짝하며 다시 나타나는 나영석 PD는 지금도 어떤 프로를 만들어 웃음을 줄지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다 보니 최고가 된 그에게 박수를 보내면 개인적으로 어서 신서유기 속편을 만들어 주시길 바라봅니다.

▲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영석PD의 '뿅뿅지구오락실'

마지막으로, 모든 일에는 반드시 열정과 휴식이 공존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도 나영석 PD처럼 열정과 휴식을 적절히 맞추어 누구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