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생긴 배우가 나오는 영화
1997년 영화 '비트'를 보게 되었다. 잘 생기고 멋진 배우가 나온다는 여자아이들의 추천이 쏟아졌지만 같은 남자로서 나에게는 그다지 의미 없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던 배우 고소영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비트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방항적이지만 의리 있고 거칠지만 잘생긴 정우성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다. 어쩜 저렇게 손으로 만든 것처럼 완벽하게 잘 생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방에 살던 나는 서울 사람들의 외모를 부러워했다. 인구수가 많은 도시일수록 잘생긴 사람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당시 내가 살았던 '군'단위에선 절대로 그런 얼굴은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의 외모에 감탄했었다.
이후 나는 배우 정우성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모두 보았다. 비트, 똥개, 중천, 호우시절, 내 머릿속의 지우개, 증인 등등 가끔 영화 속에 그는 얼굴과 다르게 웃기거나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얼굴을 그렇게 쓸 거면 나에게 주세요.'라고 말하곤 했다. 머리도 감지 않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멍하게 서 있는 그는 영락없는 동네 바보형 같은 분위기이지만 정말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멋져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른 누구가 아닌 '정우성'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 정우성 배우가 되다.
그는 서울에 있는 달동네에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당시 집안 형편이 매우 좋지 않아 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철거촌을 떠나지 않고 살았을 정도였는데 어느 날은 학교를 다녀왔더니 대문이 없어지고 벽들이 다 허물어져 있었다고 한다. 어린 정우성에게는 엄청난 상처와 아픔일 수 있었지만 그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그 당시 많이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묵묵히 할 일을 하면서 잘 지냈다고 한다. 아마 그의 성격은 상당히 낙천적이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가 사춘기 시절 나쁜 마음을 먹고 철부지처럼 지냈다면 우리는 영화배우 정우성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집안 형편을 생각해 그는 일찌감치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집 근처 여자상업고등학교가 있었고 맞은편 햄버거 가게에서 나이를 속이고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정우성은 당시 키가 185cm 정도 되었기 때문에 여고생들은 그를 재수생 오빠라고 불렀고 한다. 실제 당시 그는 전혀 중학생같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며 그를 보기 위해 많은 여학생들이 가게를 방문하면서 매출도 엄청 늘었다고 한다. 이에 경쟁업체 사장님이 직접 그의 얼굴을 보러 온 일이 있다고 하는데 결국 정우성의 얼굴을 본 경쟁업체의 사장님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갔다는 일화가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혹시 은행에 취업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고로 진학을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알게 된 모델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모델로 스카우트가 되어 연예계 발을 들이게 되었다. 모델과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된 정우성은 좀 더 꿈을 키우기 위해 학교를 자퇴하고 자기 일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은 연예계 마당발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카페였는데 이곳에서 여러 직종의 사람들에게 스카우트를 받았다고 한다. 엄청난 조건을 제시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꿈꾸던 배우를 하기 위해 모든 제의를 고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무명이었던 정우성은 결국 오리온에서 나온 센스민트 껌에 광고를 찍게 되면서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되고 잘생긴 외모로 주목을 받으면서 예능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 출연을 하는 등 조금씩 활발하게 연예계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그러다 영화'구미호'에 캐스팅이 되면서 그의 배우 인생이 막을 열게 된다.
3. 언제나 열심히 사는 그
처음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의 연기에 고개를 저었다. 연기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20대 초반의 그는 스크린 안에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다. 많은 질타와 얼굴만 잘생긴 배우라며 쓴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길을 걸어갔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소명을 밝힌 채 묵묵히 그가 맡은 모든 배역에서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리고 흘러 지금의 그는 완벽한 연기쟁이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의 연기에 대해 불평을 쏟아내지 않는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 이제는 확실히 그만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그는 언제나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언젠가 그가 최고의 배우로 자리를 잡고 있을 때 '배우가 아닌 감독의 꿈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고요의 바다'를 연출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상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해외에서 기아로 허덕이는 수많은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거나 봉사하는 모습까지도 상당히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그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들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그의 일을 돌아보면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최선을 다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히 보면 그에게 붙은 '잘생김'이라는 단어가 단지 얼굴만 아닌 그의 마음과 행동과 말속에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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