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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핀 이야기 천사의 약 or 악마의 약

by 웅탐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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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활짝 핀 양귀비 꽃 - 사진: Unsplash 의 Anna Meshkov

모르핀 이야기

최근 마약에 대한 뉴스나 기사가 자주 올라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근대사에서 논란이 된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모르핀는 아편의 주요 성분 중 하나로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는 말기 암환자들에게는 진통제 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모르핀은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소량의 모르핀만으로도 평소 느끼던 우울감이나 슬픔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런 효과 덕분에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는 아편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아편은 양귀비라는 식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요. 양귀비 중에서도 원예 품종으로 인기가 있는 개양귀비가 아닌 '파파베르 솜니페룸'이나 '세티게룸' 같은 종들이 모르핀을 생산할 수 있는 종들이라고 합니다. 양귀비가 꽃을 피우고 그 꽃이 떨어지고 나면 며칠 후 달걀 크기의 씨방이 남는데요. 이 씨방이 여물기 전에 상처를 내면 씨방에서 하얀 우유빛즙이 새어 나옵니다. 이 즙을 모아서 잘 말리게 되면 우리가 아편이라 부르는 마약이 만들어지게 되죠.

 

양귀비
▲ 양귀비 - 사진: Unsplash 의 feey

 

아편의 효과는 아주 먼 옛날부터 알려져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에 있는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양귀비 재배 흔적이 발굴되기도 했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점토판에는 양귀비가 기쁨의 식물이라고 기록돼 있기도 하죠. 기원전 1500년부터는 양귀비를 의약품으로 이용하기도 했는데요.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헌에는 아편의 효능과 용도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부작용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아편의 부작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중독성인데요. 아편의 중독성은 18세기 중국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는 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19세기가 시작되면서 영국에는 중국에서 수입해 온 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데요. 차 수입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면서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무역적자가 심화되기 시작합니다.

 

영국은 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무언가를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죠. 중국에 팔 수출품 고민하던 영국은 인도의 뱅갈주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무역적자를 해결할 방법을 떠올립니다. 뱅갈에서 생산되는 아편을 청나라에 가져다 팔자는 생각이었죠. 영국은 중국인 취향에 맞는 아편을 대량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합니다. 얼마 안 가서 청나라의 관리들은 물론 서민들까지 아편에 중독되기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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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왕조가 그제서야 수입 금지령을 내렸지만 이미 아편의 노예가 된 사람들을 아편을 빼앗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아편 무역 덕분에 영국과 중국의 무역수지는 완전히 뒤집히게 되는데요. 차를 수출해서 엄청난 양의 은을 벌어들이던 청나라에서 은이 국외로 끊임없이 유출되면서 청의 국고는 바닥 나버리게 됩니다. 이를 보다 못한 임칙서라는 관료가 황제의 명을 받들어 아편 밀수 단속 업무를 맡게 되죠.

 

임칙서는 영국 상인이 보유하고 있던 아편 1400톤을 모두 압수해 석탄과 소금물로 완전히 분해 처분해 버립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은 군대 입해 아편 전쟁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최신식 근대 변기를 자랑하는 영국군에게 청나라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편 전쟁의 결과로 청나라는 영국의 홍콩을 할양하게 되고 이후 홍콩은 영국의 150년간이나 지배를 받다가 1997년이 돼서야 중국에 반환되게 되죠. 이 사건은 현재의 홍콩 민주화 운동은 물론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도 영향을 줬으니 우리나라가 일본의 강점당하는 일제강점기에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르핀은 어떻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걸까요?

사진: Unsplash 의 Mika Baumeister

우리 뇌에는 특정 분자가 결합해 정보를 수용하는 수용체라는 부위가 있는데요. 우리 몸이 세상을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엔돌핀이라는 물질이 몸에서 방출돼 이 뇌의 수용체와 결합하게 됩니다. 뇌 수용체와 결합한 엔돌핀은 우리 몸에 고통을 완화시켜 주고 쾌락을 느끼게 만들어주죠. 모르핀은 이 엔돌핀의 분자 구조와 아주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엔돌핀 대신 뇌의 수용체와 결합을 할 수 있습니다. 모르핀이 엔돌핀 대신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면 우리는 엔돌핀이 결합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우리 뇌는 '엔돌핀 양이 충분하구나' 라는 인식을 하게 되고 그래서 추가적인 엔돌핀 생산을 중단하게 됩니다.

 

엔돌핀 생산이 중단된 상태에서 모르핀 공급을 멈추게 되면 우리 몸은 이제는 엔돌핀이 부족해져서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하죠. 이것이 바로 마약이 유발하는' 금단 증상'입니다. 이 상태에서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모르핀을 계속 투여하면 금단 증상은 사라지지만 엔돌핀 생산능력은 더욱 떨어져서 더 많은 양의 모르핀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모르핀에 중독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불면증, 오한, 두통과 복통, 구토감 등 끔찍한 증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게 됩니다. 모르핀은 이렇듯 수천 년간 강력한 진통제로서 인류와 함께 해 오기도 했지만, 부작용과 중독성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에서 중독성을 제거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꿈의 진통제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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