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맛집을 찾아서
서울에서 일하는 친한 동생이 전화가 왔다. 내일 대구에 내려가는데 저녁에 소주 한 잔 하자는 내용이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술을 한 잔 하기로 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어디서 만날 건지 정하자고 카톡이 왔지만 딱히 생각이 나는 곳이 없기도 하고 그날 딱히 어떤 안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서 동생에게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몇 곳의 후보지를 놓고 얘기를 하다가 '아귀수육'을 좋아하냐는 말에 아귀수육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다른 아귀요리는 좋아하니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위치를 물으니 서남시장과 퀸스로드 사이에 있다고 해서 집에 주차를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에는 나름 맛집이 많이 있다. 서남시장에서 보면 시장이 끝나고 이어지는 골목이라 곳곳에 여러 가지 맛집들이 위치하고 있고 퀸스로드 쪽에서 보면 곱창골목이 있어 곱창 맛집들이 있다.
먼저 도착한 동생이 전화가 왔다. 만나기로 한 곳이 '아귀수육'을 판매하는 가게라는 말만 하고 만나던 참이어서 가게 상호를 정확히 몰랐는데 '돈 튀기는 집'이 가게 이름이란 걸 알려주었다. '돈 튀기는 집'이라.. 보통은 메인 메뉴가 이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생각에 메뉴보다는 주인의 의지로 상호가 지어진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앞모습은 보통 횟집 같은 풍경이었다. 입구 쪽엔 대형 수족관이 있어서 물고기들이 있었고 여느 횟집과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간판 이름을 확인하고 가게를 들여다보니 동생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 보였다. 이미 몇 가지 반찬들이 차려져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서 동생과 눈으로 인사를 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동생은 사장님과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온 손님과 사장님의 안부 대화였다.
요즘 장사는 어떠냐는 말에 사장님은 곧 수성구에 2호점을 낼 거라고 했다. 이유는 근처 관공서에 일하던 단골손님들이 수성구로 많이 가셨는데 거리가 있어 오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 그쪽으로 진출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 집이 나름 맛집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보통 맛집이라고 말하는 기준 있는데 일반적으로 택시기사님이나 관공서 직원들이 맛집이라고 하는 곳은 대부분 나에게 잘 맞는 맛집이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국물에 소주 한 잔
밑반찬이 맛있어서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반찬들과 소주를 몇 잔 마시고 있으니 오늘의 메뉴가 등장했다. '아귀수육'
전골용 뚝배기에 팽이버섯과 콩나물이 깔려있고 뽀얀 국물이 자박하게 끓고 있었다. 한 번 삶긴 탱글탱글한 아귀가 내장들과 함께 먹기 좋게 올라가 있었고 큰 것들은 사장님이 한번 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주었다.
동생은 나를 보고는 국물을 한번 먹어보라며 권했고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으니 정말 감탄이 나왔다. 아귀를 하나 들어 먹어보았다. 탱글탱글한 아귀 살이 쫄깃한 맛과 육수가 배어있어 너무 맛있었다. 내가 흐뭇한 표정을 짓자 동생도 신이 나는지 자기가 섭외한 맛집을 인정할 만하지 않냐고 자랑하듯 되물었고 나도 인정한다고 맞장구쳐 주었다.
국물 한 숟갈에 소주 한잔을 마실 만큼 술이 술술 넘어갔고 두 명이 먹기에 '소'자 사이즈도 작지 않았다. 아귀의 내장인 위와 간도 같이 나왔는데 위는 아주 탱글탱글해서 복어의 껍데기를 씹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간은 부드러운 식감 때문에 입안에 넣으니 거의 녹듯이 녹아버렸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안주를 맛있게 먹다 보니 자박했던 국물은 어느덧 바닥을 보였다. 때마침 다시 육수를 추가로 더 부어주셨는데 이날 육수를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지 못한 게 아직 후회가 된다. 그만큼 아귀수육의 육수가 정말 맛있었다.
'돈 튀기는 집'은 한눈에 들어오는 크기의 가게이다. 대충 둘러봤을 때 테이블이 5~6개 정도 있었고 분위기에서도 맛집 느낌이 묻어나는 곳이었다. 맛집을 자주 다니시는 분들이 가게 입구만 봐도 '이 집 맛집이다.'라고 말하는 정도의 반 노포 같은 느낌의 그런 가게였다. 대구에 사시는 분들이나 대구를 지나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리고 소주 한 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하 가게이다. 나는 이곳을 아마 자주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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