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마지막 외근 시간이 다가올 때쯤 와이프에게 연락이 왔다.
'나 오늘 회식이라 좀 늦을 것 같아. 애들이랑 밥 먹어~'
뭉티기(생고기)를 먹으러 간단다.
어제 유튜브에서 대구의 유명 뭉티기 집을 봤었는데 말을 듣자마자 침이 꼴깍 넘어간다.
나도 오늘 저녁에 뭉티기가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아직 뭉티기를 싫어하는 관계로 다른 메뉴를 고르기로 했다. 비고 주룩주룩 내리고 소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고르다가 부대찌개가 떠올라서 오늘 최적의 메뉴라고 생각을 했다.
부대찌개를 떠 올리며 딸내미에게 저녁 메뉴를 던져본다.
'부대찌개?'
왜 저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하튼 부대찌개가 싫다고 한다.
결국 메뉴를 정하지 못한 채 퇴근길에 올랐다.
'무얼 먹어야 하나??'
비가 와서 그런지 라디오에 센티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혼자서 흥얼흥얼 거리다가 뇌리를 스치는 메뉴 한 가지.
최근에 먹은 적이 없으며,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 바로 '뼈다귀 해장국'이었다.
뼈다귀 해장국은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즐겨왔던 음식이라 분명 좋아할 거기 때문에 나는 곧장 시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퇴근길에 해장국 가게가 몇 곳이 있긴 하지만 나는 보통 '서남시장'을 들러 해장국을 산다.
이유는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가끔 서남시장을 들러 먹고 싶은 반찬을 사거나 계절 음식을 먹으러 가기도 하다가 알게 된 국을 파는 가게인데 맛도 괜찮고 가격까지 좋다.
나름 단골이기 때문에 가게 사장님과는 인사를 하는 사이이다.
"사장님, 해장국 두 개만 주세요~"
" 아이고 안녕하세요~ 퇴근하시는 가봐요?"
"네~"
뼈다귀 해장국은 한 통에 만원인데 일반식당에서 포장으로 사면 2만 5천 원 정도 하고 보통 3~4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두 통을 산 이유는 퇴근길에 처가에 들러 한통 드리고 집으로 갈 생각이다.
(보통 이런 행동은 특별한 포인트가 적립되며 나의 용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신나는 기분으로 해장국을 사들고 서둘러 처가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 저녁식사를 안 하신 장모님께 푸짐한 해장국을 보여드리며 맛있게 드리라고 인사를 드리니 다음에 한턱낼 테니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하신다. 나오기 전에 한번 안아드리고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 손에 한가득 들려진 해장국을 든 엘리베이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집에 도착을 하고 아이들에게 학원 가기 전 저녁을 먹을 건지 물어보았다.
밥을 먹고 배불리 학원에 가면 수업이 힘들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다녀와서 천천히 저녁을 먹으라고 얘기하고는 혼자서 해장국을 냄비에 넣어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해장국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빗소리가 들리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가을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냉장고를 열어 소주 1병이 있음을 확인하고 밥솥을 열어 조금 남은 식은 밥을 덜어 놓고 밥도 안쳤다.
뜨겁게 데워진 해장국을 대접에 한가득 담고 소주도 꺼내서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세팅을 마쳤다.
아이들은 곧 학원을 다녀온다며 인사를 하고 나갔고 나는 혼술을 위해 티브이를 켰다.
유튜브 버튼을 눌렀다. 알고리즘으로 최근 검색했던 주제와 비슷한 영상들이 한가득 올라온다.
두 번째 영상을 보니 '성시경의 먹을 텐데' 채널이 올라와 있었다.
제목을 보니 대구에 있는 맛집으로 알려진 '군위 식당'의 국밥을 먹으러 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성시경과 같이 술을 마시기로 하고 영상을 플레이했다.
성시경만의 맛을 표현하는 표현력이나 구독자들과의 소통이 너무 좋다.
발라드 가수인 만큼 목소리까지 좋은 성시경이다 보니 술이 그냥 넘어간다.
너는 국밥, 나는 해장국 메뉴까지 딱이다.
유튜브가 있어서 더 이상 혼술을 혼자 마실 필요는 없다.
많은 연예인들이나 유명 유튜버들이 언제든 나와 함께 마셔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고 혼술을 하는 내가 안쓰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를 핑계 삼아 종종 홀로 술을 마시는 것이니 너무 안쓰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이 시간을 즐기고 퇴근 후 조용히 혼자서 즐기는 시간이라 나는 너무 좋다.
다음에는 또 누구와 술을 마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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