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 자전거 도로 라이딩
아이들이 방학을 한지도 한 달이 다되어간다. 부모가 직장인이다 보니 방학을 해도 아이들은 부모와 할 일이 많이 없다. 대신 집에서는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매일 친구들과 핸드폰이나 pc로 게임에서 만나 상대 편을 이기기 위해 열심히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보기 싫었던지 며칠 전 와이프는 내가 휴무인 날 둘째를 데리고 나들이를 다녀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다. (한참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는 첫째는 쇼핑만이 약이기 때문에 자전거는 말도 꺼내지 않음)
나는 그날 간식비는 두둑이 챙겨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자전거들 2대를 차에 싣기로 했다. 사실 자전거를 살 때부터 아이들과 시외로 나가서 라이딩을 즐기겠다며 로드 자전거가 아닌 접이식 미니벨로를 샀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참에 멀리는 아니지만 인근에 있는 자전거도로에서 라이딩을 해보기로 하고 차에 자전거를 실었다. 자전거도 종류가 많지만 어떤 차에도 실을 수 있다는 편의성은 접이식 미니벨로가 단연 최고인 것 같다. (자전거 가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취미를 위한 구매라면 너무 비싸지 않은 적당한 가격이 좋을 것이다.)
집에서 나온 우리는 버거킹에 들러 간식으로 햄버거와 음료를 2개 사고 바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아직 한 낮은 많이 더운데 이날은 하늘에 구름이 끼이고 다행히 비 소식은 없어서 라이딩 하기 찬 괜찮은 날씨였다. 출발 전 둘째는 친구들과 게임을 해야 하는데 못하는 아쉬움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막상 자전거를 타러 간다고 나오니 설레었는지 이것저것 질문이 많아졌다.
신천 인근에 있는 주차장에 자를 주차하고 접어 놓았던 자전거를 천천히 꺼낸 뒤 라이딩을 위한 세팅을 했다. 한낮의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라이딩을 하거나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둘이서 함께하는 첫 라이딩이니 만큼 무리가 되지 않도록 출발점에서 출발해 힘들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돌아오자고 얘기를 하고 나는 앞서서 페달을 굴렸다.
시작은 북구에 있는 팔달교 인근에서 출발을 하였다. 신천은 자전거도로가 워낙 잘 되어있어서 일정 지점마다 화장실, 타이어 공기압 기계, 수돗가 등이 마련되어 있다. 북구 쪽은 아직 자전거 도로 외 기타 시설이 많이 없었는데 이날 공원 조성을 위해 공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 조만간 북구 쪽도 동구나 수성구처럼 멋진 공원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라이딩의 재미
나는 무리가 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가끔 뒤를 돌아보며 둘째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을 했다.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표정으로 빨리 가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들보다 생일이 늦은 편이라 항상 작게만 생각했는데 5학년부터 부쩍 크기 시작하더나 6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167cm가 된 둘째. 이제 반에서도 꽤 큰 편에 속하는 덩치가 되었다. 힘도 예전보다 많이 세지고 한 탓인지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주위 풍경을 살피며 잘 따라온다.
팔달교 인근 주차장에서 시작된 라이딩은 어느새 경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조금은 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신천공원에 나와 있었다. 정자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시는 할머니들, 엄마와 유모차를 타고 나온 아기, 나무 그늘 밑에서 바둑을 두는 할아버지들, 큰소리가 울려 퍼지는 게이트볼 장 등 신천을 달리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신천 중앙에 설치된 큰 분수에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오르는 물줄기가 한 여름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어느새 자전거 라이딩의 참 맛을 알게 된 둘째는 신이 나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가끔 햇빛이 구름 사이에서 나올 때면 열기가 느껴졌다. 공원 중간에 수돗가를 발견한 우리는 잠시 열을 식히기로 하고 세수를 하고 가방에 든 손수건을 꺼내 시원한 물에 적신 다음 둘째 목에 걸어주었다. 시원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때? 나오니까 좋지?" 나는 둘째에게 물었다. 그러자 둘째는 "내가 아빠보다 더 잘 타는 거 같지 않아? 다음에 또 오자."라고 대답을 했다.
대답을 듣자 왠지 그동안 내가 쉬고 싶어서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속이 뜨끔거렸다. 이 정도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는 일인데 앞으로는 좀 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너니 뒤서거니 하며 가다 보니 어느새 희망교까지 다 달았다. 거리를 보니 대략 9.4km의 거리이다. 항상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정도 거리를 거뜬하게 따라와 준 둘째에게 다시 한번 놀랐다.
희망교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집에서 매일 보는 사이지만 집에서 하는 대화는 왠지 진지한 대화보다는 가벼운 대화가 많은데 야외에서 대화를 하다 보니 좀 더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오라고 한 와이프에게 고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앞으로도 시간이 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야겠다.
'일상 탐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탱글탱글 앞다리살로 김치찜 만들기 (0) | 2022.09.03 |
---|---|
대구에 온 성시경과 술 마시기. (군위국밥, 서남시장 해장국) (0) | 2022.08.30 |
야식이 먹고 싶을 때 생각나는 야식 메뉴는? (0) | 2022.08.23 |
칭찬을 통한 하루의 변화 (인생 변화의 시작) (0) | 2022.08.17 |
새로운 가족. 기대로 가득 찬 하루 (조카를 기다리며) (0) | 2022.06.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