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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탐구생활

코로나 확진 둘째날 이야기 (실시간 작성)

by 웅탐 202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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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역시 가볍게 넘길 녀석은 아니다. 

하루 동안 비상약으로 사놓았던 판피린을 4개 마셨다. 확실히 먹은 후 효과가 조금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오래가진 않는다. 첫날 그래도 큰 통증은 없이 넘어가는 듯해서 나름 견딜만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몸살 기운은 조금 가신 듯했지만 목에 통증은 더 심해졌고 결국 침을 삼키거나 물과 음식을 넘기기가 힘들어졌다. 코도 맹맹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괜히 매콤한 음식을 먹고 땀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짬뽕을 먹기로 했다.

 

코로나 짬뽕
▲ 코로나로 잃어버린 미각은 짬뽕의 맛을 느낄수 없었다.

 

뉴스를 통해 코로나 때문에 미각을 잃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짬뽕을 먹으면서 미각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분명 매번 주문하던 맛집이 맞는데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었다. 매운맛도 없었고 따뜻한 물에 후추를 조금 탄듯한 맹맹한 맛이 났다. 통증이야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그동안 이런 상태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왔던 말이 '아플수록 잘 먹어야 금방 낫는다'라는 말이었는데 이런 상태로 뭘 먹고 싶은 생각은 안 들 것 같다. '뭐 좀 안 먹으면 자동으로 다이어트도 되고 좋지'라며 혼자서 나를 달래 본다. 맛없는 식사를 끝내고 기분이라도 전환해보자는 생각에 따뜻한 물로 코로나 기운을 씻어내고자 샤워를 하고 최근에 바빠서 보지 못했던 넷플릭스를 켰다.

 

같이 격리 중인 딸내미에게 보고 싶은 영화가 있냐고 물었더니 아파서 귀찮은지 아무거나 보란다. 그리고는 누워서 휴대폰만 열심히 만지고 있다. 아파도 친구들과 소통을 멈출 수 없는 모양이다. 혼자서 1위에 올라와 있는 '에놀라 홈즈 2'를 선택했다. 5분 봤을까? 잠이 들고 말았다. 자다가 기침이 나와서 깼는데 몸이 너무 따가워서 놀랐다. 아마 목 통증이 최고조에 달한 듯했다.

 

에놀라홈즈2
▲ 현재 1위를 하고있는 '에놀라 홈즈2'

 

큰애도 목이 많이 아플 것 같아서 물어보려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옆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접종을 3차까지 한 상태지만 애들은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라 표현은 안 해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딸이 편하게 잤으면하는 마음에 삐뚤어진 배게를 바로 잡아주다가 딸의 목에 손등이 닿았는데 뜨거웠다. 급하게 와이프에게 전화해서 체온계를 달라고 했고 딸의 체온을 확인해보았는데 39.9도. 이마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체온 때문에 살짝 잠에서 깼길래 많이 아프냐고 물었다. 기운이 없고 오한이 드는지 조금 춥다고 했다. 와이프는 큰애가 아프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안방 베란다로 들어와 창문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수건을 적셔서 이마에 올려주고 내일 병원에 꼭 데리고 가라는 내용을 전했다. 나는 수건을 바로 적셔서 이마에 올려주고 아침이 될 때까지 2시간마다 체온을 체크하며 큰애의 상태를 살폈다. 나름 열심히 간호를 한 탓인지 다행히 아침이 되자 열은 38도까지 내렸다.

 

우리는 약도 타고 학교에 제출할 코로나 양성 확인서도 받아야 해서 집 근처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가기로 했다. 신속항원검사는 아무 병원이나 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히 병원에 방문하기 전 전화를 해보는 것이 좋다. 다행히 집 근처 가능한 병원이 있었고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딸내미는 외부에 차려진 검사소에서 항원 검사를 받았고 역시나 양성 판정이 나왔다. 확인서와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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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약 처방
▲코로나로 처방 받은 약

 

약이 많다. 코로나가 독하긴 독한가 보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무얼 먹어도 그 맛이 그 맛이라 딱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 약을 먹을 것 같아서 맛보다는 삼키기 수월한 죽을 먹기로 했다. 딸은 소고기죽, 나는 야채죽을 선택해서 데웠다. 낮시간에는 집에 둘 뿐이라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방역을 지켜가며 주방을 이용했다. 물론 움직이는 동선마다 알코올도 열심히 뿌려댔다.

 

코로나-죽
▲ 코로나로 인해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 죽을 먹었다.

역시 다른 음식보다 죽이 목 넘김이 좋았다. 비비고에서 나온 죽이었는데 양도 많고 가격도 괜찮다. 의사는 코로나로 인해 탈수가 일어날 수 있으니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방에 생수 6개를 가져다 두었다. 안방이 점점 사무실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격리가 끝나고 정리되지 않은 안방을 보고 잔소리 듣는 건 아니겠지?

 

격리자들의 상황이 다들 비슷하겠지만 아픈 상태라 다른 건 못하고 보통 먹고 자고 누워있는 게 대부분의 생활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가라앉는 것만 같다. 그래서 격리기간 동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난 목표를 한 가지 세웠다. 바로 큐브 맞추기. 얼마 전 아들이 선생님께 큐브를 선물 받았다며 가지고 왔는데 맞추는 법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한 면 정도야 맞출 수 있어서 그날은 한 면 맞추는 방법만 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더 많은 것을 알려주기로 했는데 사실 나도 다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어쩌나 하던 차에 코로나가 터진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모든 것을 마스터하고 제대로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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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익히기-코로나격리큐브익히기-코로나격리
▲ 다행히 유튜브에는 큐브 고수들이 많다. 

 

유튜브를 켰다. 수많은 큐브 고수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큐브를 설명해 주었다. 영상 하나를 선택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해 보았다. 천천히 설명해주어 쉽게 따라 할 수 있었고 대략 20분 후에 큐브는 완성이 되었다. 왠지 뿌듯한 생각이 든다. 이제 법칙을 외우고 손에 익히면 더 빠르게 큐브를 맞출 수 있게 된다. 남은 격리기간 동안 큐브의 달인이 되어 아들 앞에 서보겠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렇게 나의 코로나 확진 둘째 날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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