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이상은 본다는 그 영화, 정우 주연 '바람'

1. 90년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0년대 후반부터 베이비붐 시대가 왔다. 당시 배고픔을 참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 한국경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태어나고 형제들 사이에서 고도성장하는 시대인 90년대 청소년기를 보내게 된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때는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 가정이었고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학생들은 지금과 다르게 집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형제들도 많았던 탓에 부모님을 대신해 의무적으로 맡아서 해야 하는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어른처럼 입고 행동하고 따라 하려고 했다. 

 

영화 '바람'은 배우 정우(본명 김정국)의 고등학교 시절을 영화화한 작품이라고 하다. 1981년 부산에서 태어난 정우는 부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처음 고등학교를 입학한 정우는 학교 내 약육강생의 질서를 보게 되고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한 폼나는 모습을 동경해 선배들과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중학교와는 또 다른 그곳은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의 입지를 잃으면 만만하게 보는 학생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버텨야 했던 부산의 90년대였기에 그는 강해 져야만 했다. 당시 학생들은 지금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도 인지하지 못했고 그저 선배들이 시키면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불속을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아직 청소년이지만 무언가 거칠어진 생활 속에서 스스로 어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들만의 희열을 느낀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90년대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아마 많은 부분을 공감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어느 학교를 가든 거칠어지고 싶어 하는 남다른 학생들이 있었고 그들의 우상이 되는 선배들이 있었다. 항상 찌푸린 얼굴에 낮은 톤의 목소리,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인상착의에 어슬렁거리는 팔자걸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우스꽝스럽기만 하지만 당시 그런 선배들은 일진들의 우상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말 성인이 되면 당시 시절이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과거가 되어버리고 만다. 항상 우상이라고 믿었던 선배들도 성인이 되면 본인의 인생을 살기 위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아기 사슴 같은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희열을 맛보던 선배들은 사회라는 큰 무대에 나오는 순간 더 이상 지켜줄 울타리 하나 없는 정말 무서운 약육강생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약육강생의 삶 속으로 들어오면 지금껏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 이 힘든 세상에서 누구보다 희생하며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묵직하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눈물을 쏟고 나면 진짜 남자가 된다.

 

이영화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단순히 남자들의 학창생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학생이 진정한 남자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너무 잘 묘사한 영화이다. 특히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 한번 알게 해 주는 뜻깊은 영화이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영화 '바람'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보길 권하고 싶다.       

 

 

영화 '바람' 중에서

 

 

2. 아버지의 존재

남자들은 어른이 되면서 노래 가삿말처럼 아버지와 닮은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있다. 어릴 적에는 알지 못했던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묵묵한 희생.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에서 박터지고 들어와 가족사진 안에서 어색한 미소를 보이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 오른다. 영화 '바람'에서도 정우의 아버지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너무나 잘 대변해주고 있다. 무뚝뚝하고 엄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여리고 항상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기만의 일을 해나가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존재가 항상 옆에 있어서 그 사랑을 알지 못했던 정우는 끝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알게 되고 어린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흘리고 만다.

 

영화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우리도 알아야 할 것이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하는 마음이 들지 않게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현해 보자. 오늘도 어디선가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시는 아버지와 어머니, 또는 형제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