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그알. 그알. 그것이 알고싶다.(with 김상중)

1. 한 번 잡으면 놓지 않는다.

대한민국 사건 취재 프로그램의 최고는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유는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들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면서 결국 다시 재수사가 이뤄지게 하거나 사건의 단서들을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잊힐 뻔 한 장기 미제 사건들을 꼼꼼히 되짚어가며 사건이 일어난 그날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많은 탐문 취재를 통해 퍼즐을 하나씩 맞추어 가는 그알의 능력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한 번 선택된 사건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집요하게 범인 색출을 위해 취재하는 모습을 보면 때론 수사기관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 내용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취재와 제작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SBS 시사교양 본부에서는 기피대상 1위를 차지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제작진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실제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조직폭력배나 심지어 소말리아 해적까지 인터뷰를 했으며 취재 중 수상한 사람들의 미행을 받거나 또는 살인 협박 전화를 받는 일이 있다고 한다. 또 수사당국이나 유가족, 해당 이슈의 관계자들의 비협조로 취재가 엎어지거나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본부 내에서 그알로 발령 나는 것에 대해 '영장 나왔다'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어려운 취재 과정이 많다 보니 해당 부서에는 실력이 쌓인 최강의 베테랑 PD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한다. 부서의 일이 어려운 만큼 그알에서의 근무는 단기간 내 최고의 스펙을 가질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한다. 2016년부터 SBS 사장을 맡고 있는 박정훈 PD 역시 그알 출신이며 SBS의 요직에도 그알 PD 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그알은 1995년 가을 개편 당시 소개 고갈을 이유로 종용되었다가 1년 뒤인 1996년 10월 14일 다시 방송을 시작하면서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동안 mc 역시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7대 mc인 김상중이 2008년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메인  mc로 활약하고 있다. 김상중의 차분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이어지는 내레이션과 냉철한 눈빛이 프로그램에 잘 맞았고 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여태껏 흔들림 없이 mc를 잘 이어오고 있다. 그는 그알을 통해 '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그의 진행에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고 있다.

 

그알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다루기 힘든 사건을 취재하면서부터이다. 중국으로 도피한 조희팔 사건, 사이비 종교나 복지재단의 비리,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등 거미줄처럼 얽힌 경찰 및 사회 고위층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지상파에서 소개함으로 그알의 신뢰성은 높아졌고 어떤 사건이든 성역 없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면서 지금까지 시청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다.  

 

 

 

2. 안타까운 사건들.

아직도 우리는 그알을 통해서 안타까운 사건사고들을 접하고 있다. 수년 전에 일어난 일부터 최근에 일어난 일까지 사건마다 의문점이 있고 안타까움이 있다. 어쩌면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알에서는 여전히 해달 사건에 남겨진 의문점을 파헤치려 하고 있다. 그 안타까운 사건들을 아래에서 몇 가지 알아보도록 하자.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1998년생의 이예람 공군 중사는 2021년 3월 2일 회식을 마치고 동료들과 돌아가던 중 같은 부대 장중사에게 성폭행에 가까운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 상부에 성추행 사실을 알리지만 사건을 덮어줄 것을 종용당하고 이후 근무지를 바꾸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지만 이미 그곳에서도 이예람 중사는 성추행당한 뒤 동료를 고소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그녀는 2021년 5월 21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며 혼인신고를 한 날 저녁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사건을 공군은 왜 덮으려고만 한 것일까?     

 

 

버지니아 총기 난사 사건

어느 날 아침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뉴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강의실에서 현재도 총성이 울리고 있다는 긴급상황을 방송했다. 잠시 후 총기를 난사한 사람은 동양인 학생이며 재미교포 1.5세대인 조승희라고 밝히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조승희 군. 무엇이 그를 최악의 범죄자로 만들었을까? 또 그는 학생에게 총을 난사하고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는데 그의 뒤통수에 생긴 총알 자국은 스스로 한 것 일까?

 

 

가평 계곡 익사 사건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서 효심이 가득한 소녀로 등장해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었던 이은해는 2019년 6월 30일 공범 조현수와 자신의 남편(고 윤상엽)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전국에 공배수배 되었다.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나중에 커서 본인도 불쌍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던 이은해는 왜 그토록 착하고 순종적이던 남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왜 죽이려 했던 것일까? 

 

 

3. 나만의 탐구생활

사건에는 흔적이 남는다. 모든 범죄는 결국 사건의 흔적을 덮으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의 싸움이다. 양쪽 중 어느 쪽이 끝까지 버티느냐에 따라 마지막 결과는 달라진다. 그알은 방송을 통해 피의자나 공범들에게 '우리는 아직 당신의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당사자들은 이런 그알이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장기 미제 사건이 되어버린 범죄사건들이 잊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영원히 풀지 못할 것 같았던 '화성 살인 사건'처럼 분명히 풀릴 거라 생각한다. 우리도 그알을 통해 모든 사건사고에 관심을 가지고 억울하게 유명을 달리한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