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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탐구생활

꿀벌에게 침을 맞다. (나는 꿀벌애자다.)

by 웅탐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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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꿀벌

1. 인간에게 없어선 안될 꿀벌

도시와 다르게 시골에서는 꿀벌을 보는 일이 많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말벌의 공격으로 꿀벌이 많이 사라졌다는 뉴스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인지 최근 나는 꿀벌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이 나는 꿀벌과의 첫 인연은 집 앞에 핀 봉숭아 꽃 때문이었다. 봉숭아 꽃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들에게는 없어선 안될 천연 네일 재료였다. 한 여름 꽃이 피기 시작하면 꽃잎을 따다가 돌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빻은 뒤에 손톱 위에 가지런히 올려두고 비닐로 말아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한 뒤에 반나절 정도 지난 후에 풀어보면 손톱이 봉숭아로 예쁘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매니큐어 제품들이 보편화되면서 봉숭아 꽃으로 물들이는 것이 조금 촌스러워 보여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봉숭아로 물든 손톱은 인위적이지 않고 내추럴한 빛을 내면서 은은한 아름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패션은 돌고 돈다고 하니 아마 다시 봉숭아로 물든 손톱이 유행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봉숭아 꽃 때문에 이야기가 옆으로 많이 새어버렸다. 한 여름 그렇게 봉숭아 꽃이 활짝 피고 나면 꿀벌들은 꿀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피어있는 봉숭아 꽃들을 분주하게 비행하며 꽃가루를 한가득 묻힌 채 열심히 일을 한다. 누나들은 봉숭아 꽃을 따야 하는데 꿀벌들이 날아다니다 보니 여간 귀찮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꿀벌들을 꽃 중앙에 앉아 열심히 꽃가루는 묻히는 동안에 꽃줄기를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서 감싼 다음에 꽃잎 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꽃잎을 동그랗게 말아서 꿀벌들이 꽃잎 안에 갇히게 하였다. 어린 내 눈에 그런 모습이 너무 신기하게 보였고 꿀벌에게 벌침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손가락 끝에 쏘여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동네가 떠나갈 듯 울면서 집으로 들어가자 놀란 엄마는 무슨 일 이냐며 반대 손으로 잡고 있던 검지 손가락을 보며 벌침이 박힌 걸 보고 뽑아주셨다. 한참 엄마품에 안겨서 울다가 통증이 가라앉을 때쯤 꿀벌들은 덩치가 작기 때문에 자기보다 큰 사람이 다가오면 무서워서 벌침으로 공격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번 벌침을 써버린 꿀벌들은 오래가지 않아 죽어버린다고 했다. 난 그 말에 날 쏘고 날아간 꿀벌에 대한 미움이 모두 사라졌었다. 나는 이제 따가움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꿀벌은 집으로 돌아가 죽는다고 하니 슬픈 마음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다.

 

그때부터 나는 꿀벌들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나약한 존재라 위험하면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침을 쏘아야 하는 존재.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인간의 미래와도 연관되어 있는 엄청난 일이다. 인간의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하길 '꿀벌이 사라지면 이 세상은 4년 안에 멸망한다.' 고 했을 정도로 꿀벌로 인해 많은 과수와 채소들이 결실을 맺게 한다. 결국 꿀벌이 없어지면 아무리 예쁜 꽃이 피어도 꽃가루가 이동하지 못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죽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꿀벌들은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유튜브에서 '그알'을 검색하면 꿀벌 실종에 대한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에 꿀벌들에게 가장 타격을 입히는 것은 농가에 서 뿌려지는 농약이라고 한다. 농업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과 달리 드론을 이용한 농약 살포를 하는 농가가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공중에서 비행을 하면서 뿌리다 보니 살포 범위도 넓어지고 꿀벌들의 비행궤도 보도 놓은 곳에서 살포되어 꿀벌들에게 직접적인 영행을 끼친다고 한다. 기억을 상실하게 되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겨울에 나가서 얼어 죽거나 비행을 담당하는 날개에 문제가 생겨 날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꿀벌들의 죽음으로 양봉업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농가들 역시 농촌의 인력난과 병충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최대한 저인력의 고효율을 위해 첨단 기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안타까움이 크다. 결국 꿀벌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꿀벌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꿀벌에 쏘이다.

최근 농번기가 시골에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일을 모두 마친 후 샤워 후 걸어 두었던 옷을 입는데 갑자기 오른쪽 팔뚝에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옷을 벗고 팔뚝을 보니 까만색 가시가 박혀있었다. 사실 시골은 주위에 가시나무도 많고 바람이 불면 부서진 나뭇가지나 나뭇잎이 날리고 옷에 묻기도 하는 일이 다반사라 별 신경 안 쓰고 뽑았는데 통증이 살짝 다른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시나무 같으면 찔릴대는 따갑다는 생각이 들지만 뽑고 나면 통증이 금세 사라지는데 이건 뽑은 후에도 잔통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박혀있었던 가시를 자세히 살펴보니 벌침이었다. 침 끝에 꿀벌의 내장이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가시가 찔렸냐는 엄마의 말에 나는 '아니 이건 벌침인데, 나는 꿀벌을 사랑하는데 왜 나를 쏘고 간 거지?' 라며 의아했다. 하지만 사실 꿀벌 입장에서는 나를 모르는데 나가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되면 쏘고 갈 수도 있다. 너무 안타까웠다. 다시 방으로 가서 벗어 놓았던 옷을 살펴보았다. 노란색 꿀벌 한 마리가 옷 안에 갇힌 채 어리둥절한지 나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나에게 벌침을 사용했으니 이제 얼마 가지 않아 죽을 녀석이 너무 불쌍했다. '왜 나를 쏜 거야? 난 너 좋아한데.' 옷을 들고 현관을 나가서 날아갈 수 있도록 하늘로 날려 주었다.

 

마지막 비행이 되겠지만 오늘따라 미세먼지가 없어 더욱 파란 하늘을 맘껏 신나게 날아가길 마음으로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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