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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탐구생활

소중한 내 친구를 보내며.

by 웅탐 2022.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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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춘 하루

점심시간. 여느 때처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고 친한 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긴장한 듯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순간 그는 울음을 터트렸다. 예상치도 못한 그의 울음에 나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리고 놀란 목소리로 다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잠시 울먹이며 머뭇거리던 그는 내 친한 친구의 부고를 알렸다. 다른 직원들의 눈을 피해 사무실 밖으로 나오던 나는 순간 강한 펀치로 뒤통수를 가격 당하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마 이틀 전 친구가 나에게 보냈던 이상한 내용들의 문자가 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이틀 전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  '스스로가 너무 많은 시간을 가진건 아닐까?'라며 쓰인 몇 줄의 문자에 나는 언제나처럼 그랬듯 농담 섞인 말투로 '어느 영화의 대사냐?'라고 물었고 친구는 답이 없었다. 술을 좋아하던 친구였기 때문에 가끔 술이 취하면 감성적인 글들을 보낼 때가 있어서 당시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다음날 매일 그렇듯 우리는 서로 아침 인사를 카톡 문자로 주고받고 평소처럼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퇴근 시간이 되어갈 때쯤 전화번호를 새로 바꿨으니 저장을 해 달라는 카톡이 왔고 왜 번호를 바꿨냐고 질문에 필요치 않은 인연들을 정리하기 위한 거라고 했다. 그렇게 새로운 번호를 저장하고 퇴근 준비를 했다. 퇴근을 하며 어제 보낸 문자와 갑작스럽게 전화번호를 바꾼 게 마음에 걸려 전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지난번 술 약속으로 주말에 만나게 될 것 같아서 직접 만나면 물어보기로 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다음날 아침 항상 먼저 인사를 하던 친구의 문자가 오질 않아 내가 먼저 인사글을 남기고 출근을 했다. 아주 가끔 급한 일이 생기거나 피곤해서 늦잠을 자더라도 점심시간 전에는 꼭 답장이 왔었는데 사건의 그날은 내가 점심을 먹고 있는 시간까지 아무런 답장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후배의 전화가 걸려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너무나 믿기지 않은 일이라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던 내 친구에게 왜 이런 비극이 왔는지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왔던 나는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날 전화를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누구보다 원망스러웠다.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금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이 이날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평소 나의 친구는 사교성이 좋기로 유명했다. 카톡에 친한 친구로 등록된 사람들만 1000명이 넘을 만큼 많은 모임의 감투를 쓰고 있었고 훤칠한 키에 큼지막한 이목구비의 훈남에 말주변도 좋아서 누가 봐도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었다. 사업체를 이끌고 있던 그 친구는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힘든 일은 스스로 나서 처리를 하고 누구에게나 도움의 손길을 내 밀어주던 인성을 가진 멋진 사람의 표본이었다. 그래서인지 장례식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생전의 그의 인기를 실감하듯 장례 화환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고 장례식장 안은 많은 조문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친구의 마지막 길에 인사를 하기 위해 그의 영정사진 앞으로 갔다. 그의 영정사진은 몇 년 전 '우리도 프로필 사진을 한 장씩 가지고 있자.'라며 갑작스레 스튜디오를 예약해 나와 친한 후배 둘을 데리고 찍었던 사진이었다. 사진 속 그는 너무나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사진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많은 시간들을 함께하며 즐거웠던 추억들이 자꾸 떠올라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해서 고개를 똑바로 들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힘들어하고 있을 그의 가족들 앞에서 눈물이 터지면 주체가 안될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들과 한 곳에 모여 친구의 이야기를 했다. 소주잔을 들이킬 때마다 끝도 없는 추억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뿐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그 친구는 항상 즐거움을 나누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야기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새벽 4시쯤 되자 조문객들도 많이 돌아가고 조용한 분위기가 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몇 년간 끊었던 담배를 한 개비받아서 밖으로 나갔다. 조용히 달을 보며 담배를 한대 피우니 몽롱한 기분에 피곤한 기운이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들어가다가 빈 방 안에 놓여있는 친구의 영정사진을 보았다. 다음날이 발인이라 따로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에게 전화로 부고를 알렸던 후배와 함께 마지막 술잔을 따르자고 했다. 술잔을 따르고 향도 새로 피웠다. 전화를 못해 미안했던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받기만 하고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와 후배는 여신 미안하다는 말과 그곳에선 행복하고 잘 가라는 말을 뱉어냈다. 잘 가라고, 잘 가라고 그렇게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도 나의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내 친구, 나의 소중한 친구야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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