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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보다 무서운 '음주 측정 거부'

by 웅탐 2022.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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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형님, 저를 혼내 주세요."

지난 5월 평소 친하게 지내 던 동생이 집을 샀다며 나를 초대했다. 그 동생은 재중동포인데 중국에서 축구선수를 하다가 은퇴 후 친하게 지내던 한국사람에게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재산을 사기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 어렵게 안정을 찾은 착한 동생이다. 그는 한국으로 귀화를 계획하고 있었고 같이 귀화를 준비하는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잠시 미룬 채 이미 부부로 살아가고 있었고 취업비자를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최대한 안 쓰고 아껴서 신혼집까지 준비해 나를 초대해준 것이었다. 정말 두 사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다른 동생과 함께 그의 집에 가기로 했는데 우리는 두 사람이 알뜰하게 모아서 장만한 집을 축하해주기 위해 쿠쿠에서 만든 압력밥솥을 미리 택배로 붙여주었다.

 

초대를 받아 동생의 집에 방문한 날, 두 사람은 우리를 무척이나 반겨주었다. 처음 사기꾼을 찾아보겠다며 처음 한국에 왔던 날부터 취업하고 한국에 적응할 때까지 자기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 줘서 고마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 또한 중국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며 가족을 두고 무작정 중국으로 가서 맘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할 때 옆에서 가족처럼 챙겨주던 동생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도리라고 내 마음을 전해주었다. 두 사람은 먼저 집 근처 맛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대접하겠다며 우리를 맛집으로 안내해주었고 정말 그리웠던 중국음식들을 배가 터지도록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또 다른 맛집을 소개해 준다길래 우린 이미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거절하자 그럼 집으로 가서 간단한 다과와 맛있는 술을 마시자며 우리를 집으로 안내했다.

 

신축으로 지어진 오피스텔이었고 한 가족이 살기에 딱 조은 크기의 집이었다. 우리는 좋은 집을 샀다며 동생을 칭찬해 주었고 그도 지금껏 힘들었던 시기를 잘 넘겨온 스스로가 대견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좋아했다. 언제 준비를 했는지 다양한 과일과 안주가 접시에 담겨 나왔고 여러 종류의 술도 있다며 이것저것 챙겨서 상위에 올려졌다. 같이 지내온 얘기도 하고 앞으로 있을 좋은 일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생의 아내인 제수씨에게 동생과 같이 살면서 단점이 뭐냐고  물어보게 되었고 그녀는 남편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를 종종 하는데 대리 운전을 이용해서 집으로 오긴 하지만 가끔 불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나는 동생에게 물론 직장동료들과 같이 어울리고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술이란 게 과하게 되면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라며 적당하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만 마시라고 조언해 주었다. 동생은 항상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며칠 전 결국 술로 인해 그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퇴근 후 직장 동료와 둘이서 술을 마신 후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술집 앞에 주차했던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며 운전을 하다가 경찰에게 단속되고 만 것이다. 경찰은 동생에게 바로 차에서 내릴 것을 지시했고 차에서 내린 동생에게 음주 측정기를 불어줄 것을 요구했다. 아직 한국인이 아닌 동생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을 것이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강제추방'이 아니었을까 한다. (예전에 듣기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법규를 어겨 일정 금액 이상의 벌금을 내게 되면 비자 연장 없이 강제추방이 된다고 했다.) 동생은 음주 측정기에 입을 데고 힘껏 불 수가 없었고 몇 차례 제대로 측정에 응하지 않자 경찰은 측정 거부를 이유로 그를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해 버렸다. 경찰서로 이송된 후 신분증을 제출하고 한 시간 가량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다시 연락을 할 테니 오늘은 돌아가라며 귀가 조치되어 차는 경찰서에 두고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날 아침 나에게 전화가 와서 나는 현재 상황을 모두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버럭 화를 냈다. 그 동생은 나에게 자신을 혼내달라며 울먹이듯 말을 했고 욕이 목 끝까지 찼지만 누구보다 답답한 상황 때문에 힘들어할 당사자이기에 냉정해지려고 큰 호흡을 내쉬었다.   

 

소주-건배
술자리와 운전

 

 

2. 음주운전보다 무서운 음주측정 거부

현재 처한 상황을 알아보자며 일단 전화를 끊고 음주운전에 대한 법규부터 알아보았다. 그리고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을 때 음주측정에서 면허가 취소되는 수치가 나오는 것보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것이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전면허 취소에 엄청난 벌금까지 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유통회사에서 물건 납품이 주 업무인 동생은 앞이 막막하다며 죽고 싶다는 말까지 내뱉었다. 나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호통을 쳤고 회사 대표님께 사실을 알리고 행정사나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으라고 일러주었다. 다음날 동생은 회사에 내용을 알리게 되었고 다행히 대표님은 면허가 없더라도 운전이 필요하지 않은 파트로 자리를 옮겨주겠다는 고마운 말씀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행정사로부터 기존에 범죄가 없고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에 반성문과 탄원서 등을 통해 강제추방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조금은 다행스러운 답변이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여 걱정이 된다.

 

운을 타고난 사람들의 특징은 큰 운을 만나 부를 얻거나 명성을 얻기도 하지만 불운을 피하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일로 많은 것을 이루어 놓아도 한순간 실수로 인해 불운이 찾아온다면 말 그대로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일로 다시 한번 그 동생에게 당부를 했다. '네가 술을 끊지 못한다면 불운은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로써는 그 동생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우고 그의 인생에서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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