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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동물, 운동 그리고 근육량

by 웅탐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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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가만히 있어도 동물처럼 근육을 얻을 수 없을까?

 

인간-운동-근육
▲ 인간을 운동을 통해서만 근육을 얻을 수 있다.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근육

인간은 먹이사슬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있지만 그건 인간의 신체적 능력으로 일어난 건 아니죠. 인간은 도구가 없다면 비슷한 체중을 가진 동물들 중 이길 수 있는 것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인간과 매우 닮은 동물이라는 침팬지만 살펴봐도 체중을 보정한다면, 침팬지가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약 1.5 배에서 2 배 강한 힘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근육을 비교해 봤을 때 운동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근육은 에너지 소비 괴물인 뇌의 성장으로 인해 퇴화했기 때문에 같은 근육량으로 다른 동물이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죠. 심지어 우리 안에 갇힌 침팬지가 프로 등반과 같은 운동선수보다 더 힘이 세다는 실험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흰 뺨 기러기는 3000킬로미터가 넘는 초장거리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이 초장거리 여행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할까요?

 

정답은 '연습이 필요 없음'입니다. 단지 물가에 앉아서 미리 많이 먹어둘 뿐이죠. 고양이는 어떤가요? 고양이는 하루에 14 시간을 자고 일어나 있을 때도 보통은 게으르게 누워있거나 합니다. 그런데도 마음만 먹으면 순간적으로 우사인 볼트는 가볍게 앞 찌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요? 사람은 운동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어듭니다. 만약 곰이 사람과 같은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아마 몇 개월 동안이나 동면하던 곰이랑 맞짱을 떠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신체 구조는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째서 사람만이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을 고통스럽게 얻어야 하는 것일까요? 왜 인간만이 운동을 해야 근력이 강화되는 것일까요? 왜 인간은 소파에 앉아 하리보만 먹으면서도 강해질 수는 없는걸까요?

 

사람과 다른 동물들을 비교해 보면 운동이란 게 얼마나 인위적인 행위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동물들은 사냥을 하거나 도망가기 위해, 즉 생존을 위해 몸을 움직이지만 운동을 할 때 인간들은 오로지 근력 향상을 위해 무거운 쇳덩이를 목적 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니까요? 동물은 어떤 방식으로 우월한 신체 능력과 운동 능력을 얻는 걸까요? 연구에 따르면 사람과 동물의 몸이 근육을 준비할 때 이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고 합니다.

 

동물과 달리 오직 운동만이 인간에게 있어 근육을 성장시킬 트리거라고 합니다. 인간의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자신의 신체 한계를 넘어서는 운동을 하면 근육이 손상되고 우리의 신체가 근육의 손상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다음에 더 큰 힘을 낼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근육을 비대화시키는 것인데요. 동물들의 근육이 커지는 건 환경이나 계절적 요인이 크다고 합니다.

 

동물의 신체는 계절이 바뀌어 먹이가 부족해진다거나 하는 환경 변화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근육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기능이 있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는 곰들이 방구석 폐인처럼 몇 개월 동안 손 하나 깜짝하지 않고 누워있어도 배만 나온 사람마냥 헛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겨울잠을 자는 봄의 혈액에서 근육 손실을 방지하는 화학 물질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어떤 실험에서는 실험쥐의 근육을 동면에 들어간 곰의 피 안에 넣어뒀더니, 그렇지 않은 곰의 피 안에 넣어뒀을 때보다 근육 손실이 40% 가량 덜 일어났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흰뺨 기러기와 같은 철새들은 그 계절의 일조량, 온도에 따라 신체가 미리 대비해서 살을 찌우거나 근육량을 늘리거나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흰뺨 기러기들은 굳이 장거리 여행 전에 훈련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메커니즘이 없습니다. 인간의 근육을 얻기 위해서는 땀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유독 인간만 이런 메커니즘이 없는 걸까요? 어떤 점에 있어서 인간은 모든 동물을 통틀어서 가장 특이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적응력 때문입니다. 그 어떤 강한 동물이라도 자기가 살기에 알맞은 기후를 벗어난다면 생존하기가 힘든 거다 하지만 인간만은 다르죠. 인간은 전 지구의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습니다.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동물을 꼽자면 개미나 바퀴벌레가 되겠지만, 개미조차도 종에 따라서 살지 못하는 기후가 있을 수 있고 바퀴벌레도 사람이 없다면 도시를 버리고 먹이가 풍부한 산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버섯이나 썩은 나물을 파먹고 살아야 하겠죠. 어쨌든 이렇게 꾸역꾸역 모든 기후에 적응해 지구를 정복했던 아주 옛날 우리 조상님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최악이었습니다.

 

도대체 우리 가족을 이끌고 이주하는 아버지가 어떤 환경에 우리를 데려갈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죠. 열대지방에서 바나나 같은 식물들을 잘 먹다가 눈 떠보니 툰드라처럼 극 추위와 싸우는 지방인 것입니다. 이런 변화무쌍한 환경에 노출돼 있었던 인간들은 한치 앞날을 예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언제 근육을 준비하고 언제 근육을 빼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인간들도 사냥을 하거나 맹수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는 근육을 많이 키워야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거나 사냥감들이 많이 떨어질 때는 근육량을 많이 줄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신체에 있어서 근육은 사치품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모든 추억을 헬스장과 프로틴 쉐이크로 만드는 그분들을 제외하고 근육은 평균적으로 몸무게 중 40%를 차지하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전체 칼로리의 20%가량을 사용하는 아주 비싼 기관입니다. 이런 기관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다면 생존에 분명 불리할 것이 틀림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근육은 쓰지 않으면 퇴화하고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형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인간은 순간적인 강한 힘 대신 엄청난 지구력을 얻었습니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는 새를 제외하고는 인간을 따라올 동물이 없는데요. 사냥할 때 인간들은 정말 끈질긴 추격자들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아프리카 사바나의 물소라고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는 작고 약한 인간들이 주변에서 얼쩡거리니 신경도 안 쓰이고 아직 쌩쌩하니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약한 인간들이 지치지도 않고 짜증 나도록 따라오는 겁니다. 불안해서 잠잘 시간도 없습니다. 숨이 넘어갈 만큼 열심히 달렸는데 뒤돌면 또 뒤에서 야무지게 따라옵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전력 질주해도 인간은 잠깐의 휴식으로 체력이 금방 회복됩니다. 몇 날 며칠을 밤낮없이 쫓아옵니다. 결국 여러분은 사바나의 따끈한 초원 위에서 눈을 질끈 감으며 쓰러집니다. 그리고 몽둥이를 든 원시인들이 여러분 주위를 둘러싸죠. 이게 수렵 채집 문명의 사냥꾼들이 자신보다 강한 동물을 사냥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제 왜 인간들이 운동을 해야 근육을 생기는지 아시겠죠?

 

인간의 근육은 그 옛날 사냥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당뇨 예방, 혈액 순환, 비만 등 현대인의 건강에도 필수적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침 7시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평생 쓰는 근육이라고는 의자에 앉아서 마우스 클릭만 하는 손가락밖에 없지만, 저녁 8시에 퇴근해 무겁고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서 구역질 나는 닭가슴살을 먹으며 미친 듯 다람쥐 쳇바퀴를 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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