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연히 발견한 안 느끼한 산문집
알라딘 중고 책방을 좋아한다. 쉬는 날 귀차니즘이 온몸에 퍼지고 말기 때문에 실제 오프라인점을 방문하기는 힘들고 평소 웹사이트를 통해 이것저것 둘러보게 되는데 이게 왠지 재미있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책 속에 파 묻혀 있는 기분이 들어 묘하게 기분이 좋다. 그날도 그렇게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는데 청포도인지 샤인 머스켓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포도류의 과일을 무릎에 올려놓은 책 표지를 발견하고 제목을 읽어보니 '안 느끼한 산문집'이었다. 나는 그 책의 제목을 보면서 '안 느끼한'을 '안 지루한'으로 해석이 되었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다른 책들과 함께 강이슬 작가의 '안 느끼한 산문집'을 구매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쓰다 보니 늦게 잠드는 일이 많아 책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가 물을 마시고 자려다 책장을 넘겨보았는데 강이슬 작가의 경험담이 포장 없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나 방송작가의 비애와 색다른 경험 등을 읽으며 점점 더 책 속으로 빠져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쉬는 동안 지인의 소개로 성인방송 막내작가로 지냈던 시절 본인은 누구보다 털털하고 성에 대한 농담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라 생각했지만 방송국 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모니터에서 보이던 19금의 장면들을 시작으로 혼돈의 시간이 찾아오고 업무 과정에서 몰랐던 그들만의 평범하지 않은 일들에 어쩔 줄 몰라했지만 결국 거기서도 청춘의 힘으로 이겨내며 여러 가지 일상을 스스럼없이 표현한 그녀의 글은 한 번씩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지방에서 줄 곧 살았던 그녀는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고 대학을 졸업 후 방송작가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방송작가란 것이 프리랜서의 성격을 띠다 보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고 그나마 가끔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한참이 모자란 금액이었지만 들어옴에 감사해야 했다. 대학시절부터 고시원과 지하방을 전전하다가 어렵게 모은 돈으로 친구와 함께 옥탑방으로 이사 온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도 부족한 살림살이에 순간순간 좌절을 맛보고 있었다. 간혹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전화라고 하는 날에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 봐 감정을 숨겨야 했고 언제나 잘 지내고 있다며 부모님을 거짓말로 안심시키기 바빴다. 그런 그녀가 서울살이를 통해 이곳저곳에서 겪고 느꼈던 일들을 엮어 산문집으로 출간을 한 것이다. 그녀의 솔직한 표현에 독자들은 만족했고 그는 그렇게 책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안 느끼한 산문집' 책의 표지에 그녀가 좋아하는 소재들을 적어 두었다. 그것은 ' 밤과 개와 술과 키스'이다. 책을 통해 그녀의 소재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2022년 여름이 오기 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2. 웃프다는 뜻이 담긴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졌기 때문에 아무도 아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파야만 성장한다는 말로 포장되어 힘들게 젊음의 시기를 꾸역꾸역 참아가며 버티는 청춘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다. 그 아픔이 지나간 자리의 상처는 제각기 다르게 남아 어떤 자국의 흉터가 될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 책 역시 젊음 이들의 피나는 노력과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혹 웃음의 소재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그 안에 머리카락이 보일만큼 숨겨진 슬픔들이 있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시간적으로 누구나 겪었고 겪어야 할 청춘이 가득한 시간에 있었던 다양한 일들을 표현한 그녀의 산문집은 '웃프다'라는 말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아프지만 웃고 있고 웃지만 마음이 아려오는 젊은 이들의 일기예보처럼 알 수 없는 기복의 감정들. 이 또한 좀 더 성인이 되어 가는 성숙의 깊은 뜻이 숨겨진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의 청춘을 들여다보며 같이 공감하는 여유를 가져 볼 수 있을 것이다.
3. 나만의 탐구생활
어느 날 문득 휴대폰과 컴퓨터를 만지기도 싫은 날이 있다. 조용히 식탁의자에 앉아한 손에 잡히는 가볍고 작은 책 한 권은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고 싶을 때가 있다. 책을 읽다가 몸이 근질거리면 천천히 거실, 주방, 방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책장을 한 장씩 넘겨본다. 그 고요한 공간에서 넘기는 책장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매일 환한 빛에 시달리던 나의 눈들은 안정을 찾고 복잡한 일들로 최근 복잡하던 나의 머리는 책을 읽는 동안 백두산 천지의 물처럼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일상을 떠나 편안함을 느끼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읽을만한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여유롭게 몸을 기대어 천천히 책을 읽어보면 책을 통한 잠시의 여행 역시 실제의 여행 못지않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줌을 알게 될 것이다. 언제든 무언가로 내 안을 채우고 싶건 마음의 안식이 필요하다면 꼭 독서를 취미로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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