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홍콩은 아시아의 별이었다.
어린 시절 홍콩은 너무나 가보고 싶은 도시였다. 당시 아시아의 모든 문화는 홍콩에서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 및 음악 등 발표가 되는 것마다 국내에서는 흥행을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교 앞 문방구에는 홍콩스타들의 사진이 널려있었고 글씨를 바르게 쓰기 위해 썼던 책받침에도 온통 홍콩스타들의 얼굴로 채워졌다.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여명, 곽부성, 장학우, 왕조현 등 미남, 미녀스타들이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속편들까지 흥행을 이어갔고 배우들이 해당 영화의 ost에 참여하면서 영화가 뜨면 ost까지 같이 흥행하였다. 당시는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청취하면서 신청곡으로 홍콩영화의 ost가 신청되는 일이 많았다.
또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거리의 많은 레코드 샵에서 엄청나게 많이 들려오곤 했다. 가끔 누나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를 가면 친구 누나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홍콩스타들이 나오는 잡지를 보면서 각자 좋아하는 배우의 사진을 가위로 오려 나누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지금은 클릭 한 번이면 좋아하는 스타들의 얼굴을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스타들의 사진이나 포스터가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던 때였다.
글을 쓰고 있으니 그때의 생각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아 아련한 기분이 든다. 그럼 좀 더 추억을 되살려 보고자 당시 국내에서 인기가 많았던 영화 '영웅본색'을 알아보고 ost도 들어보도록 하자.
영화 '영웅본색'
홍콩 영화 '영웅본색'은 거장 오우삼 감독의 홍콩 누아르 작품이다. 영화의 기본 내용은 한때 암흑가를 주름잡는 보스였으나 지금은 손을 씻고 새 삶을 시작한 자호(적룡), 형과는 다르게 정의를 위해 경찰의 길을 걷는 자호의 멋진 동생 아걸(장국영), 한때 자호와 함께 암흑가에서 화려한 나날을 보냈지만 조직의 배신과 부상으로 몰락한 채, 복수의 때를 기다리며 과거의 화려한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소마(주윤발). 이 세 남자의 뜨거운 이야기를 표현한 영화이다.
영화는 서울 88 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 1987년 5월에 한국에서 개봉하였다. 당시 국내 '영웅본색'의 개봉은 홍콩의 성적에 비해 예상외로 엄청난 바람을 몰고 오지 못했다. 폭력적인 부분이 많은 이유로 만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관람객 약 9만 명에 그치며 인기가 없는 영화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후 재개봉관을 통해 간간이 상영이 되고 있었다. 그러다 비디오로 제작되어 출시가 되면서 '영웅본색'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바람을 몰고 왔다.(폭력인 부분을 편집으로 줄이며 15세 관람가가 등급을 낮춘 이유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만 해도 지방의 소도시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가정마다 비디오(VCR)가 많이 보급되면서 인기 있는 비디오테이프는 미친 듯이 대여 예약이 밀리고 있었다.
사나이들의 우정을 담은 누아르적인 영화인 '영웅본색'은 당시 감수성 넘치는 10대와 20대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 안 본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이에 덩달아 장국영이 부른 ost ' 당년정' 마저 대박을 터트리며 당시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수없이 흘러나왔다.
영웅본색은 홍콩에서 국배보다 1년 빠른 1986년에 개봉하면서 극장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당대 영화의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최고의 영화가 되었고 이듬해인 1987년 홍콩영화 금사장에서 영화상과 남우주연상(주윤발)을 받으며 2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영화의 성공으로 이후 속편 (영웅본색 2, 영웅본색 3)이 제작되었고 2018년 새로운 버전의 영웅본색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영웅본색 ost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나 버린 홍콩 최고의 배우 '장국영'이 영웅본색 1,2 편의 ost를 직접 불었다. 노래 실력도 좋고 감정 표현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듣는 명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그가 부르는 라이브를 들을 수는 없지만 ost를 통해 오랜만의 그의 목소리와 추억의 노래를 들어본다.
최근 많은 국내 음악들이 표절과 유사성으로 시끄러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유는 아마도 국내 음반시장이 활성화되던 당시 우리나라의 음악적인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외국의 유명한 곡들에서 많은 부분을 레퍼런스 하면서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좋은 음악들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이라 우리가 아직도 좋아하는 홍콩의 음악처럼 우리나라의 곡들도 명곡으로 남아 오래도록 불리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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